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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최현정 9골 '부활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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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당시 의정부여고 2년생이었던 최현정(22.상명대)이 국가대표로 발탁됐을 때 핸드볼계는 "84년 LA 올림픽 때의 윤병순, 92년 바르셀로나 때의 홍정호의 대를 잇는 거물 왼손잡이가 등장했다"며 들떴다. 그야말로 기대주였다.

2001년 8월 헝가리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때도 그녀는 발군이었다. 70㎝에 가까운 서전트 점프는 키 큰 유럽 선수들을 압도했고, 손목 스냅은 유연했다. 곱상한 외모 만큼이나 성격도 활달하고 붙임성이 좋았다.

그러나 탄탄대로를 걷던 그녀에게 고된 시련이 찾아왔다. 한달 후인 9월 대학연맹전 경기 도중 발을 잘못 짚어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진 것. 당장 치료가 급했지만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6개월이 지난 지난해 3월에야 가까스로 수술대에 올랐다.

무려 여섯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마친 뒤 그녀는 외로운 재활의 시간으로 들어섰다. "십자인대뿐 아니라 인대와 연골도 손상되는 등 너무 큰 수술을 받아 재기가 어려워 보인다. 아까운 유망주가 사라질 것 같다"는 주변의 안타까움이 함께 했다.

그러나 최현정은 '오뚝이'처럼 다시 코트에 섰다. 이번 큰 잔치가 수술 뒤 첫 출전 무대인 그녀는 부상 악몽을 쉽게 떨치지 못한 듯 몸을 사렸다. 그러나 10일 최종 4강 진출의 분수령이 된 창원경륜공단과의 경기에서 그녀는 특유의 다이내믹한 공격을 되찾았다. 혼자 아홉골. 대학팀으론 유일하게 2차 대회에 합류한 상명대는 최현정의 활약에 힘입어 28-24로 승리, 4강 진출의 불씨를 되살렸다.

상명대 위영만 감독은 "이렇게 뛰어 주는 게 고마울 뿐"이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남자부에선 두산주류가 코로사를 물리치고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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