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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중독설 거짓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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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해 오렌지 혁명을 통해 권좌에 오른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다이옥신 중독설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와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은 28일 "유셴코 대통령의 독극물 중독 검사에 참여했던 오스트리아의 병원 루돌피너하우스의 로타르 비케(64) 박사가 최근 유셴코의 혈액에서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특히 비케 박사는 유셴코의 중독 사실을 부인했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해고당했으며, 유셴코 후보 측으로부터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비케 박사는 지난해 12월 초 루돌피너하우스 병원이 유셴코 당시 대통령 후보의 중독설을 공식 발표하기 하루 전 해고당했다. 비케 박사는 자신이 해고당한 이유가 병원 측의 중독설 확인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셴코 후보는 지난해 9월 9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루돌피너하우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비케 박사는 검사 후 "유셴코의 혈액 안에서 독극물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독극물 흔적이 있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병원 측 입장을 반박한 것이었다. 얼마 뒤 비케는 병원 측으로부터 유셴코 검진 결과에 대한 견해를 바꿀 것을 요구받았다. 유셴코 후보 지지자들이 병원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래도 비케 박사가 독극물 검출 확인을 거부하자 그의 집으로 낯선 사람의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어색한 영어로 "조심하라. 당신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후 경찰은 비케 박사와 가족에 대한 밀착 경호를 계속해 왔다. 비케 박사는 부당 해고를 이유로 병원 측을 고소한 상태다. 첫 심리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유셴코 다이옥신 중독=유셴코는 지난해 대선 1차 투표를 앞둔 9월 5일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 국장 일행과 저녁식사를 한 뒤 복통과 함께 얼굴 피부가 심하게 손상되는 증세를 보였다. 곧이어 이뤄진 수도 키예프 병원에서의 1차 검진 결과 식중독 진단을 받았으나 오스트리아 병원에서는 다이옥신 중독이라고 확인했다. 다이옥신 중독설은 지난해 12월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야당 후보였던 유셴코 후보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여당 후보 측이 독극물 중독을 주도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유셴코는 대통령에 취임한 뒤인 1월 말, 자신이 중독된 다이옥신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물질은 러시아.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의 4~5군데 군 실험실에서 생산된다"며 "우크라이나 보안 당국은 이 물질이 어떻게 우크라이나로 들어왔는지에 대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유셴코 중독설 일지

▶2004년 10월 31일 빅토르 유셴코 야당후보가 대선 1차 투표에서 빅토르 야누코비치 여당 후보에 0.5% 차로 승리, 과반수 득표에는 실패

▶11월 21일 2차 결선 투표 실시

▶11월 24일 유셴코 약 3% 차로 야누코비치에 패배. 유셴코 진영 선거 결과 불복 운동 전개. 여야 결선 재투표 합의

▶12월 11일 오스트리아 루돌피너하우스 유셴코 다이옥신 중독 공식 발표

▶12월 26일 유셴코 결선 재투표에서 52.2% 득표해 약 8% 차로 야누코비치에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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