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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꿈 「일확천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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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천=대전주재 김채진·군산주재 김재환 기자】위조지폐로 밀수품을 사서 하룻밤사이에 팔자를 고치려던 대규모 위조지폐범 일당5명이 허망한 꿈을 실현시키기 직전 충남도경에 모두 붙잡혀 l백원권 위폐 2만 2백 31장 (2백 2만 3천 1백원) 과 「오프셋」인쇄기 등 위폐기구 전부를 압수당했다.
27일 새벽4시쯤 서천 경찰 수사진과 충남 도경 수사반은 부여군 구룡면 동방리 박임득 (54) 씨 집을 급습. 골방 고구마 가마 속에 감추어둔 1백원권 (구권) 위폐 2만 2백 31장 (2백 2만 3천 1백원)을 압수하고 서천군 판교면 저산리 이희선(34)집 인쇄공장에서 위폐에 사용한 수동식「오프셋」인쇄기 1대, 아연판10장, 「잉크」4통을 압수함과 동시에 범인 이희선과 김영실(27)을 검거, 이날 하오3시쯤 부여읍 두하리 「대성다방」에서 밀회 중이던 박지순 (26·부여군 구룡면 동방리) 이현구 (334·서울 마포구 염리동 산2·17통9반) 양태승 (35·부여군 구룡면 동방리) 등을 검거함으로써 대규모의 위폐범 일당 5명을 일망타진했다.

<범행경위>
이들 일당 중 박지순·김영실·이희선 등은 지난 7월 초순 신세타령 끝에 밀수품장사를 하기로 합의, 그 자금으로 1백원권 위폐를 만들기로 했다.
8월 초순 서천군 판교면 저산리 이희선 집에 「오프셋」인쇄시설을 갖추고 1차로 1백원권1천장 (10만원)을 인쇄, 비교적 깨끗하게 나오자 대량으로 찍어낼 것을 결심하고 박지순은 자금 염출에 나섰다.
박은 이현구·양태승 등을 설득, 8만원을 갖고 합류케 했다. 이들 5명은 모조지전지 3백장을 구입, 72절로 끊어 2만 1천 6백장을 도안사 출신인 이희선의 도안으로「다 20891377 자」「마 20672607 마」「사 20491451 사」「나 l00l0569 자」「가 10724427 자」 등 5종류의 번호를 넣은 한국은행권과 거의 흡사한 1백원권 위폐를 찍어냈다. 그 중 5백68장의 파지는 태워버렸다.
작업을 끝낸 이들은 지난 25일 박지순은 지난 8월 하순쯤 양태승에게 꾸어 쓴 돈 1만5천 원을 위폐 l0만원으로 갚고 그날로 90리 길인 부여군 구룡면 동방리 박지순의 당숙되는 박임득씨 집에 2백만 3천 2백원어치의 위폐를 「트렁크」에 넣어 양태승과 박이 「버스」편으로 운반, 박임득씨 몰래 숙모인 강선례 (54)씨에게 사정해서 골방 고구마가마 속에 감추고 그 위에 고구마를 넣어두었다.

<수사경위>
이 사건은 단 하루만 정보가 늦었더라도 그 많은 돈이 부산의 암흑가 밀수상의 손에 넘어갈 뻔했다.
서천 경찰서 김문태 형사의 정보에 의해 급거 출동한 도경 이창수 수사과장 등 수사반과 서천 경찰서 수사진은 26일 밤 김형사의 정보를 검토했다.
김 형사는 25일밤 가난하게 사는 박지순이 10만원의 빚을 갚았다는 소문을 듣고 박을 내사, 박이 요즘 새 양복에 『나도 이제 살날이 있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박의 신원을 내사하는 한편 박에게 빚준 돈을 받은 양태승을 26일 아침 불심검문, 호주머니서 나온 9백원이 위폐임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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