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대현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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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류마티스학회 유대현 이사장은 “류마티스 관절염은 반지를 끼는 손가락에 제일 먼저 발생한다”며 “이러다 말겠지 하고 치료를 늦추면 관절이 변형돼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환자의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망가뜨리는 질병 중 하나입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유대현 이사장(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질병에 대한 인식이 낮은 까닭에 치료 시기가 늦어져 병을 키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환자 10명 중 3명은 관절이 절반 이상 파괴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한번 망가진 관절은 다시는 건강하게 회복할 수 없다. 결국 관절이 뒤틀려 음료수 마개를 여는 사소한 일상까지 힘들어진다. 지난 27일 유 이사장을 만나 류마티스 관절염의 조기 치료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어떤 질환인가.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면역세포가 건강한 관절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환자의 85%가 여성이다. 특히30~50대 여성 환자가 많다. 남성 환자는 남성호르몬이 줄어드는 60세 이후 발병한다. 이 때문에 여성호르몬이 면역체계에 영향을 끼쳐 발병하는 것으로 추측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외에 흡연·치주염(잇몸질환)·류마티스 관절염 취약 유전자 등이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주로 어디에 발생하나.

 “관절염은 주로 손가락·발가락·손목 같은 조그마한 관절에 나타난다. 관절을 감싸는 얇은 막에 염증이 생겨 두꺼워지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또 뼈와 뼈의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과 관절 주위 뼈를 파괴한다. 관절이 찌그러지고 변형돼 제 기능을 못한다. 평범한 일상이 힘들어지는 족쇄 같은 질환이다.”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던데.

 “진단이 늦어질수록 관절 기능장애를 겪는 비율이 높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2009~2011년까지 국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5376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증상이 나타난 후 3개월 시점에서 관절의 20%가 손상됐다. 1년 뒤엔 60%, 2년 뒤엔 70%의 관절이 파괴됐다. 관절이 뻣뻣해져 주먹을 쥐지 못하고 손톱깎이 사용, 머리 감기 같은 관절을 구부리는 동작을 못하게 된다. 걸을 때도 뒤뚱뒤뚱 걷는다. 그래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환우회 이름이 펭귄회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에서도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이 당뇨병·치매보다 4배 이상 많이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 수준은.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병이라고 생각했다.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요즘엔 좋은 치료제가 많이 개발됐다. 관절이 망가지기 전에 치료받으면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유발한다. 이번에 학회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류마티스 증상이 나타난 후 1년 내 치료를 시작했다는 비율은 56.4%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적절한 치료를 받기까지 1년 이상 걸렸다. 3년 넘게 병을 방치한 환자도 있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운동을 피해야 하나.

 “아프다고 꾸준히 움직이지 않으면 관절을 지탱하는 근육도 약해진다. 결국 관절에 더 큰 부담을 줘 증상을 악화시킨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 운동이 좋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굳은 관절을 풀어준 다음 근육운동, 유산소 운동 순으로 강도를 높인다. 반지를 이용해 간단하게 류마티스 관절염을 가늠하는 방법이 있다. 잘 착용하던 반지 부위의 손가락에 갑자기 통증이 생겨 뺀 경우다. 평소 반지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은 과거 사용했던 반지를 꼈을 때 통증이 나타나면 병을 의심한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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