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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 팝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유럽」에서는 냉수를 판다. 사이다 병 같은데 상표까지 붙여서 맹물을 판다. 대동강물을 팔아 먹었다는 봉이김선달도「유럽」에 가면 떳떳하다.「비시」니「비틀」이니 하는 냉수는 그래도 광수이기 때문에「개스」라도 있지만,「에비앙」표 냉수는 그냥 맹물인 것이다.
인심이 아무리 사나와도, 그래 맹물을 팔아 먹느냐고 동양의 군자들은 곧잘 비분강개한다. 그러나「유럽」의 사정을 알면 너무 흥분할 것은 못된다.
「유럽」의 수질은 석회분이 많다. 수도에는 허드렛물과 음료수의 두 종류가 있지만, 음료수라해도, 그것을 마시는 사람은 없다. 똑같은 강물을 여과하고 소독한 것이라 해도 강물자체의 수질이 나빠, 잘못 마시다가는 배탈이 난다.
「아이젠하워」가「파리」에 입성했을 때 미국에서 음료수를 일일이 비행기편으로 날라다 먹었다는 일화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한국의 물은 단연 세계「랭킹」제1위이다. 천수는 말할 것도 없고 강물이라 하더라도, 「센강」과「템즈강」의 그것과는 유가 다르다.
「포도주」나「맥주」를 마시고 사는「유럽」인들보다, 정결하고 시원한 그 냉수를 주야로 마음대로 마실수 있는 한국쪽이 한결 행복하다. 우리가 신에게 감사드릴 것이 있다면 바로 그 냉수복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천혜의 냉수도 이제는 마음놓고 마실수 없게 되었으니, 큰소리 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어진 셈이다.
강물을 소독하는 액체염소값이 오르자, 서울시에서는 그 소독량을 법정하한선에서 반이나 떨어졌고, 2백50만의 시민들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다. 참으로 묘한 일이다.
예부터 물이 좋은 곳에 맑은 인심이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그처럼 물은 맑은데, 사람들의 마음은 또 그렇게 탁한지 알 수 없다. 돈을 아끼자고 구정물을 마시게 할 수야 있겠는가. 이러다가는 한국에서도「냉수 팝니다」란 광고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서양사람 처럼 맹물을 사 마셔야 할 때가 오려는가 보다. 이것이 우리의 근대화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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