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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위기” … 고려대 6일 첫 교수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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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려대 교수들의 대의기구인 교수의회(의장 김인묵 물리학과 교수)는 “6일 오후 서울 안암캠퍼스 과학도서관에서 ‘고려대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이사장·총장과의 대화 및 대책 강구’를 안건으로 전체 교수가 참여하는 교수총회를 연다”고 30일 밝혔다. 의회는 법인·본부 관계자와 이사장·총장에게도 참석을 요청했다. 고려대 교수의회가 1989년 창립한 뒤 여는 첫 교수총회다. 총회는 교수의회 규정에 따라 전체 교수 1488명 중 과반 이상이 출석하면 성립한다. 위임장으로 출석을 대신할 수도 있다.

 교수의회는 총회 공고문에서 “대학 발전의 총체적 동력과 의지가 실종됐고 학교 재정 전망이 극히 비관적이며 국내외 대학 평가와 입시에서 초유의 위상 추락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회는 또 “고대의 비약적 재도약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더 주저했다가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겠다는 심정으로 총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2006년 처음으로 연세대를 앞지르며 4위에 올랐지만, 올해 성균관대에 뒤처진 6위였다. 더 타임스 세계대학평가에서도 2006년 150위(국내 대학 중 2위)에서 올해 240위(국내 대학 중 6위)로 떨어졌다.

 의회는 전날 총회공고와 함께 고려대 김병철(63) 총장과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김재호(48) 이사장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의회는 김 이사장에게 “최근 문제가 된 고위험 투자자산 손실 실태와 현대차 경영관 기부금 중 법인에 입금된 기부금 현황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김 총장에겐 “연차적인 학교발전계획과 지금까지의 순수 모금액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단은 지난 2월 적립금을 고위험성 금융상품에 투자해 2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한 사실이 드러났다. 6월엔 현대자동차가 2010년 신경영관 건립기금으로 내놓은 120억원 등 총 227억원이 재단으로 편입된 뒤 다시 대학회계로 전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업이 내놓은 돈을 재단 회계에 먼저 편입하면 기부금이 아닌 재단전입금으로 잡히게 된다. 김정배 전 이사장이 지난 4월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그 자리에 김재호 이사장이 앉으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교수의회 관계자는 “김재호 이사는 인촌 선생 가문의 장손이라는 것 외에 이사장이 돼야 할 당위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발전 기금 모금 내역에 대한 공개 요청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의회 관계자는 “교수들 사이에서 동문 등의 기부금과 교수 연구비를 제외한 순수 모금액이 턱없이 낮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지금이 가장 안 좋은 위기의 시기다”라고 말했다.

 고려대 교수 154명은 지난 10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이사장의 가문 세습을 비판하고 총장의 학교 발전 계획과 순수 모금액 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내용의 비판 성명을 실명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사장·총장으로부터 충분한 해명이 없자 총회 소집과 공개질의서 게시로 이어진 것이다. 김 총장과 김 이사장은 오촌숙질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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