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의 호스피스, 말기암 환자만 적용 … 49곳에 병상 782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호스피스는 현대 의학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히 마무리하도록 돕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완화 의료’란 용어를 쓴다. 말기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는 의료 행위에 중점을 둔 말이다. 의료계에선 완화 의료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담은 호스피스란 용어를 선호한다.

 호스피스는 1960년대 영국에서 시실리 손더스라는 의사가 임종자들을 돌보는 전문 병동을 설립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확산됐다. 국내에선 65년 강원도 강릉의 한 병원에서 천주교 수녀들이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 것을 호스피스의 시작으로 본다. 88년에는 이경식 가톨릭대 의대 교수(현재 명예교수) 등의 주도로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에 10개 병상을 갖춘 호스피스 전문 병동이 설립됐다.

 호스피스의 본래 취지는 모든 종류의 불치병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지만 국내에선 2010년 개정된 암관리법에 의해 말기암 환자들에게만 적용하고 있다. 완화 의료 전문기관에선 입원 환자 두 명에 적어도 한 명꼴로 간호사들이 배치되고, 병원에 상근하는 사회복지사가 환자들의 사회·경제·가정 문제 등을 자세히 상담해준다. 현재 암관리법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완화 의료 전문기관은 전국에 49곳, 병상 수는 782개에 달한다. 이 중 일부 병원에는 대기자들이 많아 신청을 해도 입원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의료 현장에선 호스피스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가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됐다는 불만이 높다. 병원 입장에선 돈이 되지 않는 호스피스 환자들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고, 비용 부담 때문에 기존의 시설과 인력을 더 늘리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명예교수는 “경제적 계산을 따지지 않고 봉사정신으로 시작한 일이긴 하지만 병원도 손해를 보면서 계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더 많은 말기암 환자들이 인간다운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