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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밀수의 성행과 사회정의의 퇴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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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삼중사중으로 된 비밀조직을 갖추고 있으면서 지난 4년동안, 법망을 뚫고 도박행위를 해오던 일당들이 타진되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슬픈 충격을 준다.
어제 본지에 상보된 바와같이 시경은 14일 밤, 이모를 두목으로 하는 근래에 보디 드문 대규모 도박단을 검거하였다.
알려진 바로는 이들 비밀도박단은「게릴라」를 방불케 하는 전법, 즉 암호·거점이동등 여러방법을 구사하면서 그동안 무려 수백명에 이르는「돈박꾼」을 패가망신케 한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가증스러운 것은 일단 이 악의 소굴에 빠져든 사람은「도박꾼」특유의 심리를 용하게 휘어잡는 일당들의 간계와 자신의 신상을 스스로가 염려케 하도록 꾸며놓은 함정 때문에 도저히 그 속에서 헤어날수가 없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놀라운 반사회적 행위의 죄과의 책임을 우리는 어느 일방에만 향해 물을 수는 없다. 분명히 그러한 행위의 귀결이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뒤늦게 그 노름에 참여한 자들로서도 자각안할 소리는 없었겠기 때문이다.
연내로 우리사회에 끈덕지게 배회해 오던 이 악의 풍조가 사회의 지탄을 강력하게 받는 것이 되자, 점차 지하로 파고들어 그 질에 있어서 보다 음흉한 것이 되어왔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투기행위의 음성화문제는 또 한편에서 창궐하는 계보화한 밀수행위문제와 함께 짙은 우려를 불러 일으켜 왔던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가 이러한 사행행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한 사회가 건강과 정의를 잃었다는 증좌일 수 밖엔 없다. 이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인 것이다. 땀을 흘리고 힘을 모아 스스로의 사회의 울타리를 가꾸어 나가겠다는 정신의 부재는 어느 모로나 망국적인 풍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이런 풍조가 하루아침에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또 어느 기개인이나 기개부분의 발행으로 유래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보다 깊숙하고 광범하게 우리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사회와 국가의 기강의 무참한 해이로부터 오는 것일 것이다. 또한 그것은 우리사회의 어느 부분에서도 정신면으로나 물질 면으로나 실질적 충족이 원만하게 진척되지 않고 있음을 일러주는 것이다. 근면대신 요행을 바라는 국민정신의 존재는, 따라서 오늘날 우리사회에 있어서 가장 긴급하게 교정돼야할 과제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 도박단검거의 보에 접해, 새삼 슬픈 충격을 받는 것이며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저변의 문제에 대해 차디찬 반성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정의가 퇴락한뒤, 한 사회 한국가가 곤퇴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은 없다. 발전하는 국민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도 이번 사건은 중대한 자성의 계기가 되어주어야 한다. 어쩌면 이 문제야 말로 일대국민운동을 전개해서라도 반드시 광정돼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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