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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개발은행의 개설문제에 대하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간개발은행을 세워보자는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었고 이 문제는 앞으로도 흥미 있는 고심사가 될 것이다. 최근 새로운 국제금융의 형태로서 국제금융기구가 주동이 되어 차관을 주는 관계국이 모여 가지고 차관국 협의체를 만들어서 차입국을 돕는 방식이 채택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차관을 받아들이는 수입국 측에서도 단순히 종래처럼 국영금융기관을 통하여 소화하지 않고 민간개발은행을 신설하는 사례가 흔히 있게 되었다.
생각컨대 이것은 내외로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주는 측으로 본다면 종래처럼 어느 특정국이 독점적인 차관에 의하여 수혜국의 경제를 침해한다는 원성을 풀자는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또 쓸데없는 경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으며 한 걸음 나아가서는 여러 나라가 공동 부담함으로써 재원적 부담을 덜게 하는 묘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편으로는 담합에 의한 모종 강요가 없으리라고는 반드시 보장할 수도 없겠으나 국제기구가 개입되어 있느니 만큼 공평무사한 처리를 바람직도 하다고 생각된다.
둘째로 받는 측으로 본다면 무턱대고 아무 것도 주기만 하면 좋다는 식의 외자 광의 나라를 제외해서 생각한다면 어느 한나라의 강압적인 흥정을 배제할 수 있고 경제침략이라는 민중의 의심을 풀 수도 있고 또 어디서든지 가장 좋고 값싼 물건이나 용역을 구입할 수 있게 되어 쓰디쓴 종래의 구속대부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편의를 누릴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주는 측과 받는 측의 이해가 일치되며 따라서 국제경제협력방식으로서는 퍽 교묘한 형태라고 보여진다.
다만 받는 측의 개발은행의 소유와 경영을 민간「베이스」로 돌린다는 점에 보다 큰 문제가 있을 것이다. 최근의 무역 및 외환의 자유화조치에 따라서 국제자본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민간채산에 따른다는 경향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민간차관이건 공공차관이건 받는 측에서 상당히 정치적 고려에서 이를 배분하였다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특히 국제기구가 개입된 차관국 협의체가 민간개발은행의 설치를 바라는 것은 차관의 경제적 효율을 높인다는 관점에서도 수긍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들도 이에 반대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
다만 홍 재무가 밝힌 동 개발은행 개설의 소묘를 보면 자본금으로서는 IFC(국제금융공사)에서 5백만불 정도, 기타는 국내에서의 주식공모로써 충당하고 또 여기에 IDA(국제개발협회=제2세계은행) 의 대부외화로써 외화자금의 유동성을 높일 구상이다. 이에 따라서 현재의 산업은행은, 순전히 내자에 의한 장기산업금융만을 전담하게 될 것 같다.
문제의 민간개발은행의 외화자본금은 결코 충분하지 않으며 다만 앞으로 유사한 외자유도 의「파이프·라인」을 터놓는다는 점에서 퍽 유용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앞으로 외국의 외환은행이 국내로 들어올 전망이 박두했기 때문에 어차피 그런 구상이 서는 것은 피치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순서로서는 먼저 오랫동안 논의된 외환전담은행을 빨리 설치하여야하며 그 다음에 민간개발은행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다만 외자에 따르는 내자의 융자기관인 산업은행과의 업무분야를 뚜렷이 그어 가지고 공연한 잡음을 없애야 하는데 주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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