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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도」는 운이 나빴다|원폭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독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히로시마」(광도)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든 원자탄 세례를 실은 독일이 먼저 받을 뻔했다는 2차대전의 비화 한 토막.「프랭클린·루스벨트」대통령은 l944년 12월 하순「유럽」 「벌즈」전투에서「나찌」군의 치열한 반격을 받자 연합군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 모든 종전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을 염려, 원자탄을 독일에다 투하할 것을 고려했다고 당시의 원자탄계획 발전 책임자이던「레슬리·그롭스」퇴역장군이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그는 원폭이 일본 보다 독일이 덜 효과적인 이유로서 첫째, 원자폭탄은 l945년8월께나 완성된다. 둘째, 만약 투하된 원자탄이 불발탄이 되어버릴 경우 고도의 과학기술을 가진 독일에선 쉽사리 원자탄을 분석 역용 할 우려가 있다. 세 째, 독일은 일본에 비해 그 건물구조가 견고하여서 원자탄을 폭발시킨다 해도 실효성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등을 들었다.
「히틀러」의 건곤 일척의「벌즈」대반격전도 끝내「나찌」군의 대패로 돌아가 1945년5월 독일은 항복하여 아슬아슬하게 원폭세례를 면하고 그 대신 일본이 죽음의 재를 뒤집어썼다. 독일이 먼저 원폭을 맛보았다면 전후세계사는 좀 다르게 돌아갔을지도 모를 일. 정말 운명의 비극이란 어떤 때에는 종이 한 장 차로 결정되는 수가 있는 하나의 좋은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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