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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보다 인맥 중시 … MB식 인사의 예고된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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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란의 한복판에 선 한상대 검찰총장은 지난해 7월 15일 지명됐다. 김준규 전 총장이 임기 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 검경 수사권 갈등 와중에 전격 사표를 낸 데 따른 인사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도 그때 장관으로 기용됐다.

 한 총장은 당시 차동민 변호사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차 변호사가 원래 선두주자였다. 서울대 출신으로 기획·특수수사 분야를 두루 경험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검찰 수뇌부에 공백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검 차장으로 조직을 안정시켜 위기관리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에 비해 이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출신인 한 총장은 기획통이자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총장이 사표를 내고 한 총장이 발탁되기까지 10여 일간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청와대 참모들의 견해도 엇갈렸다. 이 대통령은 결국 한 총장을 택했다. 당시 인선 과정을 아는 한 인사는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재지 않고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한 총장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07년 초 이른바 ‘이명박 X파일’ 폭로전을 벌였던 정인봉 변호사가 차 변호사와 인척 관계란 점이 변수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여권 인사는 “이 대통령에게 정 변호사와의 관련성이 보고된 뒤 한 총장 쪽으로 다시 기울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그랬느냐’는 정도의 반응을 보였을 뿐”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출신 대학이 요인이었다고도 한다.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에선 소장파를 중심으로 권재진-한상대 발탁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이란 이유에서다.

한 총장의 경우 병역 면제가 논란이 됐는데, 같은 고려대 출신인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적극 방어했다. 홍 대표는 “합법적인 면제다. 노무현 정부에서 김대업을 구속해 4년 내내 한직으로 떠돌며 고생할 정도로 소신과 강단이 있다”고 한 총장을 옹호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여권 인사는 “대학 동창들이 홍 대표에게 ‘5년에 한 번 고대 출신 검찰총장이 나올 기회인데 홍 대표가 반대하면 안 된다’고 설득했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청와대 밖에선 특정 인맥과 충성도를 중시한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낳은 난맥상에 또 하나의 사례가 추가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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