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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임기제 도입한 지 24년 16명 중 6명만 2년 채우고 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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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총장은 2년의 임기가 보장된 자리다. 검찰의 수사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1988년 임기제가 처음 도입된 이후 임명된 16명의 검찰총장 가운데 임기를 다 채운 경우는 6명에 불과하다. “검찰총장이 되기보다 임기를 마치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00년 이후엔 신승남 검찰총장이 가장 먼저 중도 사퇴했다.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에 동생이 연루돼 구속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임명 7개월 만인 2002년 1월 퇴진했다. 이로 인해 혼란스러운 검찰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던 이명재 변호사가 검찰총장에 발탁됐다. 그는 외부 간섭으로부터의 검찰권 수호를 강조하며 신뢰회복에 힘썼다. 그러나 그해 10월 말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피의자가 조사받던 중 구타를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어 임명된 김각영 검찰총장은 임기 도중 정권이 바뀌었지만 “임기제를 존중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유임됐다. 하지만 판사 출신으로 김 총장보다 사시 후배인 강금실 변호사가 김 총장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검찰과 청와대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화’가 공개적으로 열렸고,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검찰 수뇌부에 대해 노골적인 불신을 표명하자 곧바로 사표를 던졌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속에 검찰을 떠났다. 2005년 10월 ‘통일전쟁’ 발언 사건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천 장관이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하며 불구속 수사할 것을 요구하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는 두 명의 총장이 모두 중도 하차했다. 전 정권 때 임명된 임채진 검찰총장은 유임되기는 했지만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임기를 6개월 남기고 사표를 냈다. 후임 김준규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검찰 뜻과 달리 수정되자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일 때 사표를 냈다. 당시 대검의 검사장급 참모들이 먼저 사표를 제출하며 압박하자 결국 사임했다.

 후임 한상대 검찰총장도 29일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만큼 중도 하차한 11번째 검찰총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선 전임 검찰총장들의 사례와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기제 초반 김두희(1992년 12월~1993년 3월) 총장과 김태정(1997년 8월~1999년 5월) 총장은 임기 중 법무장관에 임명되면서 총장직을 그만뒀다. 나머지 경우도 친인척 비리에 연루된 신승남 검찰총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검찰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 검찰을 떠났다. 하지만 한 총장은 후배들로부터 “본인이 자리를 유지하려고 조직을 다치게 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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