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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이「준 여당」의 독주가 돼서는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서울시 중구·용산구·서대문 갑·을구 및 광주 갑구 등 5개 지역선거구에 대한 보궐선거를 오는11월9일 실시할 것을 공고했다. 이 5개 지구는 민중당 소속 5명의 의원이 한·일 협정기준을 막기 위해 민중당 의원전원이 사퇴한다는 당 결정에 복종하여 동 당을 탈당함으로써 의원자격을 상실, 결석이 된 곳이다. 따라서 의원의 사망, 전직, 실격 등의 사유로 인해서 보선을 실시하는 경우와는 전혀 성격을 달리한다.
그런데 현재 의원직을 사퇴한 당사자들은 물론, 민중당 강경파 그리고 공화당이 입후보자를 내세우지 아니할 방침을 세움으로써 금 차 보선의 정치적 성격은 더욱 미묘해져 가고 있다. 상기 5명의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내던진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민중당 소속의원 전원이 의원사퇴를 촉구하고 공화당 정권을 일당정권의 궁지에 몰아 넣어 총선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함으로써 한·일 협정의 가부를 민의에 물어보게 하자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따라서 민중당소속 의원의 대다수가 당의 결정을 어겨 국회로 복귀하고 있고, 또 총선 실시가 불가능해진 오늘 그들이 다시 국회에 들어가기 위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하여 논리적으로 못마땅한 것이 아니다.
지금도 민중당 강경파는 현 국회를「매국국회」로 단정하고, 계속해서 그 해산을 종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의회주의에 노선을 포기치 않았고 또 포기할 수도 없는 이상 보선을 원칙적으로「보이코트」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점은 그들의 자유재량에 맡기기로 하고, 다만 우리로서 요망하고 싶은 것은 그들이 국회해산, 총선 실시를 계속 촉구키 위해 보선「보이코트」주장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의회주의의 노선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여「국민으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중당 강경파가 보선에 입후보자를 내세울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데 동 당 온건파가 보선에 응하기로 하고, 동파 소속인사들이 심한 공천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타락한 정치생태를 또 한번 드러내는 것이다.
온건파 소속 국회의원의 원내복귀는 국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그 근저에서부터 실추시켜 놓았는데 이들 대표적인 기회주의자 집단이 원내에 들어가 준 여당적 존재로 타하리라는 것은 여태껏 보여준 그들의 정치행상으로 보아 거의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우리가 심히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금까지 같은 당의 동지로서 일해오던 사람이 당론에 복종키 위해 의원직을 내던졌는데 바로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같은 당에 속하는 자를 어떻게 입후보자로 내세울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민중당의 강·온건파가 갈라져 제각기의 길을 걸어가게 되리라는 것은 이제 거의 결정적인 사실이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 당을 이루고 있는 이상 사퇴한 당사자가 입후보를 한다면 별문제려니와, 그 사람 이외 다른 사람을 내세워 원내의 석수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차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도의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요, 이런 배신행위는 두고두고 국민의 심판을 받게될 것이다.
공화당은「정치도의상」이번 보선에 입후보자를 내세우지 않기로 했다 하는데 그들이 생각하는「정치도의」란 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그 관념부터 따지고 싶다. 공화당이 국회정상화를 위해「야당의원」의 복귀를 쌍수를 들어「환영하는 것이라면 정치신의를 관철키 위해 국회의원을 그만둔 사람으로 하여금 적극 입후보를 종용케 하고, 공화당이 입후보자를 내세우지 않고 그들로 하여금 무투표 당선이나 다름이 없게 쉽게 당선되고 국회에 돌아 올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정치도의를 존중하는 행동노선인 것이다.
이런 대경대도를 걸을 생각을 하지 아니하고 사퇴의원의 출마를 은근히 증오·배척하면서 이미 준 여당적 존재로 변질한 민중당 온건파의 입후보를 종용하고 그 당선을 용이케 하기 위해 입후보자를 내세우지 않는 다는 것은 그 참다운 저의이야 어디 있건 간에 정치도의를 뒤집어 생각하는 것이요, 여당과 준 여당이 합작하여 국민을 공모 사기하는 처사라 볼 수 있다.
우리는 사퇴한 당사자들이 출마치 않는 이상 공화당이 공천입후보자를 내세워 정정당당히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다소라도 민주정치에 충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민중당 강경파도 공화당도 입후보자를 내세우지 않는다고 하면, 선거는 민중당 온건파의 일방적인「플레이」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그 투표율은 아마도 과반수보다 훨씬 미달일 것이니 대량 기권사태는 우리민주 선거사상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되리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각 당 각파의 선거대책에 근본적인 재 검 있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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