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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학 공동설명회에 웬 사교육 강사 특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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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

수도권 45개 대학이 ‘대입 정시 무료 상담’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많이 했다. 난수표 같은 입시 전형을 대학, 특히 입학처장들이 직접 나서 설명한다니 고마운 일이었다.

 서울·경인지역 입학처장협의회(회장 최창완 가톨릭대 입학처장)는 12월 1일 서울 명지대에서 ‘2013학년도 정시전형 대비 대입상담 설명회’를 연다며 이 대학을 통해 얼마 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협의회 참여 45개 대학이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수험생들에게 개별 상담을 해주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자료를 보니 수험생 상담에 앞서 1시간 동안 ‘2013 학년도 정시지원 전략’ 특강이 있었다. 그런데 이 특강을 사설 입시업체의 스타 강사가 맡는다고 표기돼 있었다. 업체와 강사의 이름도 공개돼 있었다.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여는 행사에 사설 입시 업체를 끌어들인 셈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 송선진 대입제도과장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송 과장은 “입시 업체에 강당을 설명회 장소로 빌려주는 일도 자제해 달라고 대학에 요청하고 있는데, 입학처장협의회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당황해했다.

 기자가 취재에 들어가고 교과부가 사실 관계 확인을 하자 협의회는 슬그머니 행사 안내 홈페이지에서 강사 이름과 소속을 지웠다. 협의회 최 회장은 “장소를 제공하는 대학에 행사 준비를 일임하다 보니 특정 업체 포함 사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협의회 주최 설명회는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취지인데 여기에 사설 업체를 끌어들인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며 “강사를 현직 교사로 대체했다”고 했다.

 하지만 협의회 소속 대학들의 책임도 크다. 명지대는 자료를 내기에 앞서 각 대학에 ‘협조사항 안내’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도 특정 업체의 강사 특강 내용이 담겨 있었다. 명지대는 행사 안내 배너를 각 대학 홈페이지에 링크해 적극 홍보해 달라고 각 대학에 부탁했다. 하지만 40명이 넘는 입학처장 중 사교육업체 연루를 문제 삼은 이는 없었다.

 협의회는 4년째 대입 상담 행사를 열고 있다. 사교육 업체들이 우후죽순 개최하는 설명회와 달리 대학들이 직접 차별화된 정보를 수험생에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좋은 일이고 더 확산해야 할 행사다. 하지만 사교육 억제에 앞장서야 할 입학처장들이 사교육 강사의 특강을 용인했던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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