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팔이 없다니 … 나, 장원삼 있잖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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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장원삼은 국제무대에서 ‘1인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2013년 WBC에 왼손 에이스들이 대거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 시즌 다승왕을 차지한 그가 대표팀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장원삼(29·삼성)의 위상이 달라졌다. 그가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이끌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장원삼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WBC에 출전했지만 그때 난 그림자 같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히든 카드였지만 2013년 WBC에서는 맨 앞에 나서야 할 에이스다. 장원삼은 “이제 내가 던져야겠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더 많은 기대를 받고 있고, 그만큼 책임이 무거워진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장원삼은 “팀 동료들과 일본 온천 여행(21~25일)을 다녀온 사이, 대표팀에서 왼손 투수들이 싹 빠졌더라”며 웃었다. 미국 LA 다저스와 입단 협상을 벌이고 있는 류현진(25·한화)은 팀을 옮기면 WBC 참가가 어려운 처지다. 왼 어깨 통증이 있는 봉중근(32·LG)은 불참을 선언했고, 김광현(24·SK)은 소속팀 이만수 감독이 어깨 부상을 이유로 WBC 출전을 만류하고 있다.

 ‘왼손 빅3’ 다음에 생각나는 선수가 장원삼이다. 그는 “빠지는 사람이 있다면 남은 사람이 던져야 하지 않겠나. 다행히 나는 특별하게 아픈 곳이 없다. 미국(메이저리그)에서 불러주는 것도 아니고. 하하. 내년 3월 열리는 WBC에 맞춰 몸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류현진처럼 ‘대한민국 에이스’도 아니고, 봉중근이나 김광현처럼 ‘일본 킬러’도 아니다. 그래도 장원삼은 대표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원이었다. 베이징올림픽 중국전에서 7회 등판해 연장전까지 4와 3분의1이닝 동안 2피안타·무실점을 기록했다. 네덜란드전에선 8이닝 4피안타·무실점의 완봉승(10-0 콜드게임)을 거뒀다. 장원삼은 “당시 대표팀에서 내 역할은 광현이·현진이·(윤)석민이를 쉬게 해주는 것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013년 WBC 대표팀 에이스로 꼽히고 있는 장원삼이 “일본전에 등판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 대표팀이 2009년 3월 17일 WBC 2라운드 일본전을 4-1로 이긴 뒤 환호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9년 WBC에서도 그는 승부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 총 다섯 차례 한·일전 가운데 두 번 등판했지만 비중이 떨어지는 경기였다.

한국이 사실상 2라운드 진출을 확정한 뒤 1라운드에서 일본과 만났을 때 장원삼은 김광현·정현욱에 이어 등판해 2와 3분의1이닝 4피안타·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대표팀은 7회 콜드게임 패(2-14)했다. 2라운드에서는 4강 진출 티켓을 거머쥔 뒤 열린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에 선발로 나서 3이닝 5안타·2실점(1자책)을 남겼다.

 국제대회 경험이 쌓이자 장원삼은 단단해졌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5와 3분의1이닝 3피안타·무실점·10탈삼진으로 호투하더니,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에서 일본 챔피언 소프트뱅크를 6과 3분의1이닝 5피안타·1실점으로 제압했다. 과거의 ‘일본 킬러’들처럼 힘으로 몰아붙인 게 아니라 정교한 제구력으로 이겼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장원삼은 2차전(6이닝 2피안타·1실점)과 6차전(7이닝 1피안타·무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큰 경기에 그가 등판하면 이제는 안정감이 든다. 장원삼은 “내공이 쌓였다고 할까. 2년 동안 큰 경기를 많이 치르다 보니 겁이 없어졌다. 2013년 WBC 일본전에 등판하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왼손 투수들이 연달아 빠져나간 대표팀 마운드에 희망을 주는 미소였다.

  하남직 기자

장원삼(삼성)

● 생년월일 : 1983년 6월 9일

● 신체 조건 : 1m81㎝·80㎏

● 출신교 : 용마고-경성대 ● 등번호 : 13번

● 포지션 : 투수(좌투좌타) ● 별명 : 원스리

● 주요 경력 : 2006~2007 현대, 2008~2009 넥센, 2010~ 삼성

● 수상 경력 : 2011년 아시아시리즈 MVP,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 국제대회 성적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3경기 1승 12⅓이닝 6피안타·무실점. 2009년 제2회 WBC 2경기 승패 없음 5⅓이닝 9피안타·5실점. 2011년 아시아시리즈 1경기 1승 6⅓이닝 5피안타·1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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