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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승진 하셨네요 … 금리인하 ‘요구’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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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직장인 강모(47)씨는 우연히 자신의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가 동료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강씨는 3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연 8.1% 금리로 쓰고 있었다. 그러나 연배와 직급이 비슷한 동료의 대출금리는 높아야 7% 중반이었다. 은행에 가 따지니 “2년 전 부장으로 승진한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금리를 1% 가까이 깎아주겠다고 했다. 강씨는 “해마다 대출계약을 갱신했지만 은행이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걸 알려주지 않았다”고 억울해했다.

 강씨 같은 경우가 앞으론 많이 줄어들게 된다. 은행이 신용대출을 연장하는 개인고객에게 취업이나 승진 등으로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26일 이 같은 내용의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의결했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개인고객이 대출기간 중 취업이나 승진, 소득 상승 등의 사유가 생기면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신용등급이 올랐거나 재산이 증가한 경우, 은행의 우수고객으로 선정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변호사·의사·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증을 취득해도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기업은 신용등급 상승과 재무 상태 개선, 특허 취득, 담보 제공 등 네 가지 경우에 해당할 때 금리를 깎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문 자격증의 범위 등 구체적인 사항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절차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관련 증빙서류를 금리인하신청서 및 본인 확인 서류(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등)와 함께 각 은행 영업점에 접수하면 된다. 은행은 보통 일주일가량 지나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해 등기와 e-메일로 고객에게 알려준다. 금리인하폭은 은행별 기준이나 사유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은행이 금리 인하 요구가 들어올 경우 깎아주는 금리는 대략 0.6~1.3%포인트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앞으로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대출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는 27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말까지 이 같은 내용으로 카드론 표준약관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카드론 금리 인하 신청 자격과 절차는 은행권과 비슷한 선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금융 당국과 협회들이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에 잇따라 나서고 있는 것은 은행 대출금리에 대한 고객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올 들어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이 불거졌고 일부 시중은행이 고객의 학력에 따라 대출금리를 차별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2002년 도입된 대출인하요구권도 그동안 유명무실했다. 수익 감소를 우려한 은행들이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고객의 금리 인하 요구로 은행이 금리를 내려준 경우는 3710건에 불과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내년부터 은행별 대출금리를 보다 상세히 공개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 등 유형별 대출금리가 매달 연합회 홈페이지(www.kfb.or.kr)에 공시된다. 은행들은 신용등급별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1~3등급, 4등급, 5등급, 6등급, 7~10등급으로 나눠 알려야 한다. 변동금리대출을 받은 고객의 금리 변동 주기가 돌아오면 이를 고객에게 통보하는 ‘금리변동 알리미 서비스’도 시행한다. 연합회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과 신용대출 금리 비교공시제가 정착되면 상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금리 인하 혜택을 보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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