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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합법 이식, 4개 추가 … ‘은서의 기적’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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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앙일보 2월 17일자 1면.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장기 7개를 성공적으로 이식받은 조은서(7)양의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곧바로 장기 7개 중 일부가 현행법상 이식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뜻하지 않은 위법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음 달부터는 ‘은서의 기적’이 합법화된다. 그동안 금지됐던 위·대장·십이지장·비장의 이식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이식 가능 장기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시행령은 다음달 초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 단, 새로 포함된 장기들은 소장과 동시 이식이 필요한 경우에만 이식수술이 허용된다. [본지 2월 17일자 1면]

 종전까지 합법적으로 이식 가능한 장기는 간·신장·심장·폐·소장·췌장·골수·안구·췌도 등 9개였다. 1999년 장기이식법을 제정할 때는 간·췌장·신장·심장·폐·골수·안구 등 7개 장기로 한정했다. 2007년 시행령을 바꾸면서 소장·췌도를 추가했다. 하지만 그 뒤 법령은 바뀌지 않아 이식 기술의 빠른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5년 만의 시행령 개정엔 은서양의 수술이 결정적 계기였다. 은서양은 국내에 10여 명밖에 없는 희귀병인 만성 장폐색증후군 환자였다. 태어날 때부터 장(腸)이 운동을 하지 않아 음식을 먹는 족족 토했다. 유일한 완치법은 장기이식뿐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해 10월 여섯 살 여자아이가 뇌사에 빠져 장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은서양은 서울아산병원에서 9시간의 수술 끝에 간과 소장·췌장·위·대장·십이지장·비장 등 7개 장기를 이식받았다. 하지만 위·대장·십이지장·비장 등 4개 장기의 이식은 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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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이 일자 전문가로 구성된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운영위원회가 소집됐다. 위원회는 의학적으로 4개 장기의 이식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시행령 개정 작업에 나섰다.

  손호준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불필요한 위법 논란을 없애기 위해 소장에 연결되는 4개의 장기는 이식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라며 “다만 소장 이식수술을 하지 않고 이들 장기만 따로 이식하는 건 여전히 금지”라고 말했다.

 현재 은서양은 큰 합병증 없이 건강한 상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서울아산병원 김대연(48·소아외과) 교수는 “수술 당시 대장·위장·십이지장·비장은 허용 대상이 아니었지만 비장이 없으면 패혈증이 생길 수 있고 대장은 아이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이식을 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4개 장기의 이식이 합법화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뇌사자는 368명으로 2010년(268명)에 비해 37.3% 늘었다. 그러나 이식 대기자도 점점 늘어 올 8월 기준으로 2만 2000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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