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공의 서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독서주간이다. 독서에 관한 강연회가 열리고, 「세미나」가 벌어지고, 「매스컴」은 큰 분량의 지면과 전파를, 독서의 여러 문제를 캐고, 계몽하는데 바치고, 귀중 본 전시회도 있다. 그런데 요즘같이 한꺼번에 여러 개가 겹쳐 돌아가는 우리의 행사엔 커다란 맹점이 하나있다. 그것은 우리의 거의 모든 행사가 도시 특히 수도중심으로 꾸며지고, 보다 더 절실한 수혜자이어야 할 지방민들은 번번이 소외당한다는 것.
학교에서 결석하지 말라는 준엄한 훈계를 듣는 것은 꼬박꼬박 출석하는 모범 아동들뿐이고, 상습 결석아동들에겐 아랑곳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실상 방학 때 내려온 계몽대 학생들한테 한글을 배웠다고 별안간에 문맹의 치욕을 면하는 것이 아니다.
낫 놓고 기억자인 줄 알아도, 실속 있는 읽을거리를 갖지 못하면 여전히 문맹이고, 나라인구의 절대다수가 바로 이 종류의 눈뜬장님들. 그러기에 독서주간행사는 이들 농·어 촌민들에게 책과 읽을거리를 골고루 공급하는 운동이 되어야 하고, 그 유일한 방법은 동리마다에 공공도서관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 수 천불의 연간 개인소득을 자랑하는 선진국에서도 개인장서란 옛말이고 공공서재「붐」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독서주간 행사의 초점이 농·어촌으로 옮겨지고 공공도서관설치를 점잖게 「권장」하는 현행도서관법을, 그것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운동으로 번져야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번 주간엔, 전국의 공공도서관이 무료로 개방된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2특별시·8도·149군·l,382면에 2천5백만의 인구를 자랑하는 이 나라에 무료로 공공의 서재가 과연 몇 개나 되느냐 하는 것은 그야말로 6,400불의 「퀴즈」문제이다.(해답은 48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