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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두 특파원 세기의 석학 토인비교수와 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1952년 10월,「아놀드·토인비」교수는 BBC방송을 통하여 『미·소가 힘을 합쳐서 중공과 대항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요지의 중대방송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이때에 한국전선에서는 휴전앞두고 철의 삼각지에서 일진일퇴의 혈전이 계속되고 있었고, 이해에 미국의 수폭실험성공으로 동·서 냉전은 그 어느때보다도 절정에 이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국무성 특별고문인 「델레스」의 전쟁일보직전 정책이 세계무대를 휩쓸고 있었고, 불과 3년전에 중국대륙을 차지한 모택동은 완전히 「크렘린」의 예속하에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토인비」교수의 방송은 납득이 가질 않았다.
그로부터 13년, 노사학자(76)의 그때 예언이 점점 사실화하고 있다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토인비」교수의 그 예언이 그대로 적중할 것인가 아닌가는 좀더 시간이 흘러야하겠고 또한 그의 모든 세계관이 보편타당성을 띠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없다.
특히 우리의 직접 관심사인 월남사태와 중공에 대한 그의 관점은 현실적으로 수긍키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러나 그가 세계사의 흐름을 굉장히 예리하게 투시하는 사학의 대가라는 점에서 본사에서는 「유럽」주재특파원 장덕상기자가 9월16일에, 그리고 외신부 김영희기자가 지난 7월16일에 각각 그와 가진 회견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애쓴 보람이 있어 어제「토인비」교수를 만났습니다. 교수는 「런던」에 있지 않고 영국 북쪽 끝에 있는「웨스트·모얼랜드」지방의「세드버거」라는 조그만 산골에 살고 계시더군요. 「런던」으로부터 시속 80「킬로」의 급행으로 천리길을 달려 저녁 5시에 교수댁에 도착했습니다. 가랑비가 내리는 데도 문 앞까지 나와, 수고가 많다고 따뜻이 맞이해 주었습니다.
우선 「인터뷰」부터 끝낸 뒤 교수와 함께 1시간동안 가랑비가 내리는 목가적인 산 언덕길을 산책하면서 여러가지 국제정세와 한국문제등을 재미 있게 이야기 했습니다.
돌아오니 부인이 손수만든 저녁식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성찬은 아니었지만 여간 맛 있게 먹지 않았습니다. 교수의 책상이나 그밖의 집물들은 낡고 닳아 윤이 날뿐 사치스러운데는 전연 없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에는 어울리지 않는 환경 같았으나 본인은 그런 생활환경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내일「런던」을 떠나「파리」로 가겠습니다. 거기서 불란서의 세계적인 군사평론가인「피엘·갈로아」장군과 회견하기로 약속이 돼 있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9월18일 장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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