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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50m 철탑 농성 한 달 … 한진중 사태 재연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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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현대차 사내하청 업체 해고자 출신인 최병승씨등 2명이 울산공장 정문 앞의 송전철탑에서 농성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공 농성이 한 달을 넘겼다.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해고자 출신 최병승(36)씨와 노조 사무장 천의봉(31)씨는 지난달 17일부터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에서 높이 50m의 송전철탑에 올라가 하청업체 근로자 전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농성 한 달째인 17일 민주노총 노조원 1600명이 울산에 집결해 지지 시위를 벌여 지난해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최씨 등은 철탑 25m 지점에 폭 30㎝, 길이 2m짜리 철판 18개를 설치한 뒤 그 위에 천막을 치고 올라서 있다. 식사와 용변은 철탑 아래 노숙 농성 중인 사내하청 노조원 50여 명이 비닐 봉지를 줄에 묶어 올리고 내려받으며 도와주고 있다.

 이들은 2년 이상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현대차에서 근무한 생산직 및 청소원, 식당 근로자 등 1만3000여 명을 즉시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사측은 2015년까지 3000여 명을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근거로 고공 농성 중인 최병승씨에 대해 지난해 2월 내려진 대법원 판결을 내세운다. 최씨의 경우 현대차의 직접지시를 받는 컨베이어 공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하다 해고됐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용자는 사내하청업체가 아니라 현대차라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따라서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근로자는 파견근로자법 규정에 따라 전원 현대차가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반면 회사 측은 지난달 나온 울산지법의 판례를 근거로 내세우며 반박하고 있다. 울산지법은 2010년 사내하청 노조원들이 울산공장을 불법 점거한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최씨에 대한 판결은 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다른 근로자들에게 확대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시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사내하청 근로자는 하도급 근로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파견근로자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공 농성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노·노 갈등 움직임도 있다. 회사 측이 단계적 정규직화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협의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노조원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노조원만 글을 쓸 수 있는 민노총 금속노조 게시판에는 “대책 없는 투쟁을 비판한다. 철탑 농성은 노조원을 볼모로 내세우는 것이다”는 글이 13일자로 실렸다. 17일에는 전교조와 플랜트노조 등에 소속된 민주노총 노조원 1600명(경찰 추산)이 고공 농성 동참을 선언하며 울산을 찾았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통령 후보도 이날 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뒤 농성 현장을 방문했다.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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