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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대장' 황의웅, 뜻모아 만화박물관 여는게 꿈

중앙일보

입력

오른쪽 주먹이 별나게 큰 댕기머리 동자. 기형적인 팔 모양으로 놀림을 받지만 이 주먹은 기실 악의 무리를 만나면 괴력을 발휘하는 '최종병기' 다.

김원빈이라는 작가 이름은 낯설지 모른다. '주먹대장' 이라는 이 동자의 이름도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1970년대 『어깨동무』라는 잡지를 보고 자란 지금의 30~40대들이라면 그림만 봐도 무릎을 치지 않을까 싶다.

이 주먹대장에 관한 모든 것이 책으로 나왔다. 만화평론가 황의웅(32) 씨가 쓴 『주먹대장은 살아 있다』(시공사.1만5천원) 다.

그가 대학 시절부터 10여년 간 모은 각종 자료를 포함한 도판이 6백여컷 실렸고, 작가 인터뷰와 작품 분석 등이 담겼다.

우리 만화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로는 처음이다. 신세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기록이나 자료가 가장 부실한 영역 중 하나인 만화. 그 만화가 대중문화의 한 영역으로서 어엿이 서는 데 다시 한번 원군을 얻은 셈이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문가로 이미 이름을 얻었다. 일본 대중문화가 처음 개방될 무렵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아니메를 이끄는 7인의 사무라이』등을 잇따라 펴내 정보에 목말라 하던 애니메이션 팬들을 사로잡았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미야자키 연구를 하면서 "왜 한국 만화가들에 대한 연구는 없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몇년째 『주먹대장』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위해 작가 김원빈씨와 자주 만나고 있었다.

"주먹 하나를 강조한 주먹대장의 특징에서 캐릭터로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였기 때문" 이었다.

하지만 도중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재정적인 문제도 문제였지만, 자료 부족도 심각했다. "김선생님조차 자신의 원고를 잘 보관하지 않더라" 는 것.

워낙 만화가들이 '작가' 라기보다는 '그림쟁이' 로 인식돼온 우리나라의 척박한 토양 탓이 컸다. 천만다행으로 50~60년대 자료들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한 소장자에게서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

"전 만화는 문화재라고 생각해요. 문화재는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잘 보존해야 하잖아요. 제 책은 주먹대장에 대한 연구서이지만, 주먹대장이라는 작품에 대한 자료집의 성격도 강합니다. 유실될 위기에 처한 귀중한 작품들을 복원하고 대중에게 알려나가는 일이 시급합니다. "

그의 포부는 어쩔 수 없이 접었던 애니메이션 '주먹대장' 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또 국산 애니메이션 1호인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 필름을 찾아 『주먹대장은…』과 비슷한 자료집을 펴내는 것이다.

"저 아니더라도 만화계의 뜻있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원로 만화가들의 평전이나 연구서 등을 펴낸다면 언젠가는 진정한 의미의 '만화 박물관' 이 탄생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충실한 비평도 자료가 충실히 갖춰진 다음에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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