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 세금 늘려 복지엔 공감 … 방법·속도는 제각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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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협상을 진행 중인 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11일 오전 11시 약속이나 한 듯 각자 종합 공약집을 내놨다. 문 후보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미래를 여는 문(門)’이라는 주제로 5개 분야 24개 실천공약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캠프 사무실에서 7대 비전, 25개 과제를 제안했다.

 두 후보가 똑같이 11시를 발표시간으로 잡는 바람에 방송사 생중계에 문제가 생기자 문 후보 측이 전반 15분, 안 후보 측이 후반 15분으로 나눠 중계시간을 조정했다. 이날 발표된 정책엔 유사점이 많았지만 차이점도 꽤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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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재원 대책 엇갈려=복지 분야에선 두 후보가 대부분 공감대를 이뤘고, 속도에서만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두 후보는 모두 “현재 9만원인 기초노령연금을 2017년까지 두 배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놓고 안 후보는 전체 이용 아동의 30%까지 확충하겠다고 공약한 반면, 문 후보는 임기 내 40%, 2020년까지 50% 확충을 제시했다. 0~5세 무상보육 실시도 두 후보가 함께 내걸었다. 문 후보는 여기에 6세 의무교육을 추가했다. 또 안 후보는 국민건강보험 비급여항목의 단계적 급여 전환과 입원 진료의 본인부담률 최소화를 공약했지만, 문 후보는 연간 치료비 본인 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약속했다.

 엇갈리는 부분은 재원 마련 방안이다. 문 후보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며 ▶부자 감세 철회 ▶재벌의 실효세율 인상 ▶고소득자 과세 강화 등 부유층 증세로 한정했다. 안 후보는 ‘보편적 증세’를 주장하면서도 부가세 면세 기준 확대 등 조세감면 확대 공약을 이미 내놓아 조세정책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재벌개혁엔 공감=이 분야에서 두 후보는 재벌개혁과 중소기업 골목상권 보호라는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규제 강화, 금산분리 강화, 재벌총수의 불법행위 민·형사상 제재 강화, 편법상속·증여 규제, 일감몰아주기 제재 등엔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 후보는 “공기업을 제외한 10대 대기업 집단에 대해 순자산 30%까지 출자총액을 제한하는 제도를 재도입하자”고 주장한 데 비해 안 후보는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에 대해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하겠다”고 각각 공약했다.

 ◆정치개혁 총론 합의=대통령과 국회의원의 기득권과 특권 내려놓기, 국회의 행정부 감시 및 견제기능 강화, 정당 개혁, 권력기관 개혁, 반부패 등에서 후보들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반면에 국회의원 정원 축소와 중앙당 폐지 등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 후보는 의석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는 한편 권역별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 반면, 안 후보는 전체 의석수를 줄이자고 제안하고 있다.

 ◆유연한 대북 자세=두 후보는 모두 남북 경협 강화와 비핵화의 동시 추진을 공약했다.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해서도 모두 확고히 수호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공동어로구역 조성을, 안 후보는 단독 또는 교차조업 이행 후 동시조업으로 나가는 단계적 해법을 내놓았다. 하지만 북한은 NLL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공동어로의 현실성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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