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모 가꾸기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닙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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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들은 암 치료로 인하여 다양한 외모의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수술로 인하여 몸에 흉터가 생기고 체형이 변화하고, 다양한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로 인해 탈모, 피부변화, 손발톱의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여성암환자는 치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외모변화이지만 가능하면 피하고 싶고, 괴롭고, 곤란하며, 우울감을 주는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여성암환자의 외모변화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성생활, 일상생활 복귀, 직업복귀, 대인관계, 신체적 건강 등 에 영향을 미쳐 치료효과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환자들 상당수가 처음에는 머리카락이 빠질 것이라는 얘기를 들어도 ‘그게 무슨 상관이냐 사는 것이 먼저지’라는 생각으로 항암치료를 받지만 막상 머리카락이 빠지면 오히려 암 선고를 받았을 때 보다 더욱 슬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외모 변화로 인한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다지지만 정작 머리가 빠진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더 건강한 자아를 위해 스스로 하는 또 하나의 치료

보통 암환자들은 암 치료를 받으면서 검게 변화된 피부와 빠진 머리를 어떻게 가꾸고 관리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암환자가 무슨 화장을 해’라는 생각으로 외모를 가꾸지 않게 되고 그러면 자신감이 떨어져 외출도 하지 못하고 우울한 감정이 들어 치료효과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진행됩니다. 하지만 외모의 변화에도, 가발이나 모자를 예쁘게 쓰고, 검게 변한 피부를 화장으로 곱게 가린 뒤 자신 있고 당당하게 외출도 하고 운동도 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부작용을 덜 경험하게 되어 힘든 치료 기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습니다.

 환자들은 항암치료 등 투병이 너무 괴로울 때는 곁에서 아무리 좋은 얘기를 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너무 우울하고 힘들다고 합니다. 이럴 때 마음을 가다듬고 곱게 화장을 하고 외출을 하면 오히려 다시 기운이 나서 세상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고 합니다.

 실제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현명하게 잘 대처하기 위한 교육이나 상담을 받고 노력한다면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훨씬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암환자를 위한 외모 가꾸기 프로그램이 보편화 되었습니다. 외모 가꾸기 프로그램은 단순하게 암환자를 ‘건강하게 보이도록’ 꾸며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겪는 외모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이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주는 과정입니다.

 암환자에게 건강한 외모를 가꾸는 것은, 환자 스스로가 일상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자아를 만들어 가는 또 하나의 치료입니다. 항암치료 중일지라도 눈썹이 없을 때 어떻게 눈썹을 예쁘게 그리는지, 칙칙한 피부에 생기를 주는 방법은 무엇인지, 머리가 빠졌을 때 가발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 방법을 배우고 나면 예전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투병 중 변화된 자신의 모습에 속상해 하지만 말고, 지금부터 나를 가꾸기 위한 작은 실천을 시작해 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항상 그래왔듯,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직장 동료로서 멋지고 아름다운 당신의 모습을 보여 주세요. 당신은 여전히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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