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내에선 중저가 스마트폰을 구할 수 없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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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에 출시되는 스마트폰이 ‘대용량·고사양’의 고가(高價) 제품 일색이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약되고, 과도한 통신비 부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5일 본지(8면) 보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내놓은 휴대전화는 모두 21종으로 평균 출고가가 85만원에 이르고, 일반폰(2종)을 제외한 스마트폰 가격은 평균 90만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초등학생까지 사용이 일반화된 스마트폰의 가격이 이처럼 높게 책정된 것은 한결같이 메모리 용량이 크고, 온갖 기능을 모두 집어넣은 고사양의 제품만 국내에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고, 별다른 특수기능을 쓸 일이 없는 휴대전화 이용자들마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가의 스마트폰을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단말기 제조사들은 국내에서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는 중저가 스마트폰조차 국내에는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단순한 기능의 값싼 스마트폰을 구할 길이 없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단말기 제조사들이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이동통신사들이 값싼 3G 모델의 출시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신사들이 비싼 월정 요금제가 적용되는 대용량·고사양의 값비싼 LTE폰에 단말기 보조금을 집중함으로써 중저가 스마트폰의 출시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은 결국 고액의 통신비에 전가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보조금을 받아 단말기 값을 낮춰도 비싼 통신비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값싼 단말기를 저렴하게 이용할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이런 폐해를 막으려면 통신사와 단말기를 분리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넓혀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이동통신재판매(MVNO)를 이용한 알뜰폰 시장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자면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유통되는 이른바 자급폰의 보급을 늘려야 한다. 단말기 제조사들도 통신사 핑계만 댈 게 아니라 다양한 기종을 시장에 내놓아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