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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중앙서울마라톤] 30㎞서 스퍼트 폭발, 쾀바이 앞엔 아무도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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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임스 킵상 쾀바이가 4일 열린 중앙서울마라톤에서 2시간5분50초의 대회 신기록으로 잠실주경기장 골인점을 통과한 뒤 양손을 활짝 펼치고 있다. 그는 “비가 내리지 않아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말했다. [안성식 기자]

제임스 킵상 쾀바이(29·케냐)는 서울의 도로를 혼자 달렸다. 30㎞ 구간 이후부터 2위 그룹과 700m 이상 벌어진 독주(獨走)였다. 그의 뒤로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노란 은행잎만 떨어졌다. 쾀바이는 2시간5분50초의 중앙서울마라톤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쾀바이의 기록은 국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나온 기록 중 2위에 해당한다. 이날 잠실 스타디움 관중석에 있던 동호인들은 2시간5분대의 기록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환호와 탄성을 함께 보냈다.

 쾀바이는 25㎞ 지점까지 데레제 게브레히윗(에티오피아)과 공동 선두로 뛰었다. 그러나 30㎞ 지점 이후 폭발적인 스퍼트를 하기 시작했고, 32㎞ 구간에서 이미 2위와의 격차가 720m까지 벌어졌다.

쾀바이는 30~35㎞ 구간을 14분42초 만에 주파하며 전 구간 중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냈다. 35~40㎞ 구간의 기록도 14분대(14분42초)였다. 그는 결승점까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뛰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레이스를 마친 쾀바이는 결승점을 통과한 후에야 활짝 웃었다.

 쾀바이는 2일 열린 대회 기자회견에서 “꿈속에서도 중앙서울마라톤의 코스가 훤히 보일 정도로 익숙하다”고 했다. 그는 익숙한 코스를 제대로 공략했다. 자신이 뛰기 힘겨워하는 초반 오르막 코스 때 힘을 비축했다가 후반부에 폭발적인 스퍼트를 했다. 그는 “30㎞ 이후 치고 나가는 건 원래 내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함께 참가한 케냐 선수들이 워낙 잘 뛰는 선수들이라서 우승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뛰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했다.

 쾀바이는 대회신기록을 낸 것에 대해 “사실 지난해에는 레이스 내내 비가 내렸기 때문에 힘들었다. 그런데 올해는 날씨가 정말 좋았고, 페이스메이커까지 함께 뛰었기 때문에 더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말했다. 쾀바이의 기록은 국내 선수 중 1위를 차지한 김영진(2시간17분00초)보다 무려 11분10초나 빨랐다. 익숙하고 잘 통제된 코스, 좋은 날씨, 그리고 페이스메이커의 도움에 힘입어 쾀바이는 세계적인 기록을 낼 수 있었다.

 2위는 2시간10분24초를 기록한 체보르 체본(케냐)이 차지했다. 이어서 벤자민 콜럼(케냐·2시간10분35초)이 골인하며 1~3위를 케냐 선수들이 가져갔다. 초반 쾀바이와 선두를 형성했던 게브레히윗(2시간11분55초)은 5위로 처졌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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