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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코리아' 계속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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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매수세에 가담하면서 이들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2일부터 사흘(거래일 기준) 동안 삼성전자.KT.국민은행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4천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연말까지 주식을 내다팔아 종합주가지수를 끌어내렸던 것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연말 기대했던 '산타 랠리'가 물거품처럼 사라진 이후 연초의 주가상승을 두고 '1월 효과'가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월만 놓고 보면 외국인들은 증시가 완전 개방된 1998년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주식을 사들였다.

전례에 따른다면 올 1월도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 외국인들이 연말에 주식을 일부 팔긴 했지만 지난해 10월 중순 미국 뉴욕 증시가 오름세로 돌아선 뒤 꾸준히 순매수 기조(월간 기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신호다. 뉴욕 증시는 올들어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한다는 소식과 제조업 지수의 호전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계 '큰 손'들의 움직임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입에서도 조심스레 긍정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

UBS워버그증권(서울지점)의 이승훈 상무는 "외국인들은 이라크와 달리 한국.일본.중국처럼 경제비중이 큰 동북아 국가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이후 외국인들이 주식을 많이 판 것은 전년에 비해 한국 증시의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매수세는 외국인들이 조정을 마친 후 다시 싼 주식을 골라 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를 하면 돈을 댄 전주(錢主)들에게 설득력 있는 이유를 대야 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북핵 문제가 한반도에서 전쟁위기로 현실화되지 않는 한 주식을 무차별적으로 내다 팔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종합지수 700선 아래에선 국내 기업들의 가치를 감안할 때 투자 매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종합지수가 600~700 선에 머물렀을 때 주식을 가장 많이(5천9백억원 어치)샀다. 반면 700선을 넘으면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BNP 파리바 페레그린증권(한국 법인)의 이승국 사장은 "아직 본격적인 매수가 시작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모건스탠리 증권(서울 지점)의 양호철 사장은 "종목 교체를 하는 과정에서 매수세가 우위를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황봉목 해외영업팀장은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중국.일본 등 아시아시장을 묶어서 보는데, 국내 주식에 상대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북핵 등 불안정한 변수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중장기적인 매수를 기대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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