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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시간 연장 막으려 꺼낸 먹튀방지법 … 새누리 꼬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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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일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에서 열린 전국대학언론 합동인터뷰를 마친 후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 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강원도 고성 22사단 GOP부대를 방문, 지난달 2일 ‘노크 귀순’으로 물의를 빚은 철책선을 살펴보고 있다. [김형수·김경빈 기자]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 됐다.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이 투표시간 연장안과 사퇴한 대선 후보에게 선거보조금을 안 주는 ‘먹튀방지법’을 함께 처리하자고 제안했을 때 민주통합당의 속내가 그랬다.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측은 지난달 31일 “(동시 처리 제안을) 받겠다”고 전격 수용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 공보단장의 ‘개인 발언’이라며 물러서고 있다. 그러자 1일 문 후보가 직접 “정치가 장난인가”라며 비난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더 많은 사람의 투표 참여를 두려워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박용진 당 대변인도 “선대위 공보단장(이정현)이 무슨 만담꾼이냐”고 꼬집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후보가 혈세를 먹고 튀면 나라가 아니다. (먹튀방지법을) 투표시간 연장과 ‘동시에 같이 처리’하자고 제안한다”고 밝혔었다.

 투표시간 연장은 문 후보 캠프에서 지난 9월 말부터 이슈화했던 사안이다. 2002년 대선에 비해 젊은 층은 줄고 장·노년층은 늘어 세대 구성상 불리한 만큼 젊은 층의 투표율 제고로 만회하자는 전략이었다. 문 후보는 물론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에서 맞대응 카드로 내놓은 ‘먹튀방지법’을 민주당은 투표시간 연장과 ‘등가(等價)’로 보지 않았다. ‘먹튀방지법안’은 후보 등록일(11월 25∼26일) 이후 후보직에서 사퇴하면 민주당이 대선 선거보조금으로 받는 150억원을 반납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문·안 후보가 후보등록일 이전에 단일화를 성사시킬 경우 아무 효력이 없다. 선거보조금은 후보 등록 직후에 받기 때문이다. 등록 이후라도 문 후보로 단일화되면 민주당은 보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등록 이후 안 후보로 단일화될 때에만 민주당에서 반납해야 하는데, 이땐 민주당이 돈이 아니라 당의 존폐부터 고민해야 할 처지다.

 민주당은 명분도 얻었다고 본다. 문 후보 측의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선거보조금은 정당·후보의 돈 문제이고, 투표시간은 참정권 문제라 비교 대상이 아니다”며 “이건 장시간 고민할 문제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상호 공보단장도 “새누리당이 잔수를 두다가 문 후보의 정면 승부에 날아갔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섣부른 제안에 역공을 맞았다고 판단하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이 공보단장은 “(먹튀방지법안과 투표시간 연장안의) ‘처리’라는 말은 국회에서 논의해 처리하자는 것이지 두 안을 교환한다는 의미로 얘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안에 대해 공청회·청문회·소위심의·본회의 심의도 없는데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한다고 처리가 되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도 “당에 알아보니 이런 법을 낼 테니 이 법을 대신 통과시켜 달라고 교환조건으로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이 부분은 법이니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해야지 개인이 법을 만들라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이종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공휴일이나 일요일에 투표를 실시하는 국가의 투표시간은 평균 10시간 정도”라며 “평일에 선거를 실시하는 나라는 보통 마감시간이 오후 6시 이후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투표시간이 12시간인 우리가 선진국에 비해 짧은가”라는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의 질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짧지는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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