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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 한·미 동맹 50년] 中. 과제 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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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미 동맹은 지난 50년을 지나면서 한국의 경제발전과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위상 변화, 한국민들의 의식 변화, 주변 정세의 변화, 미국의 대외정책과 군사 전략 변화 등에 따라 이제는 '몸에 잘 맞지 않는 옷'이 돼버렸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문제▶전시작전 통제권 환수 여부▶용산 기지 이전 등 주한미군기지의 조정 등이 잘 맞지 않는 부분으로 꼽힌다.

이들 문제가 비록 한두 해 사이 불거진 것은 아니라고 해도 시간이 갈수록 더 맞지 않는 옷이 돼버릴 것은 불문가지다. 따라서 문제점은 하루빨리 고쳐나가야 한다.

◇SOFA=지난해 연말까지 전국을 뒤흔든 촛불시위는 한.미 양국 정부가 SOFA를 매끄럽게 마무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국은 2000년 1월 SOFA를 개정해놓고도 형사재판 관할권에 대한 상세한 운영규칙을 만들지 않아 여중생 사망사건이 발생한 직후의 초동수사에 우리 측 수사관이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그 결과 사고가 단순한 과실인지 의도성이 깔렸는지를 검증할 수 없었고, 사고 원인과 처리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국민들의 의혹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공무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 관할권을 미군이 갖도록 규정한 SOFA를 개정하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SOFA를 개정해 공무 중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 관할권을 한국이 가져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이 80여개국과 SOFA를 맺고 있지만 공무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 관할권을 다른 나라에 넘겨준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인하대 남창희(南昌熙.국제정치)교수는 "피의자 인도시기를 독일.일본 수준으로 수정하고, 초동수사 과정에서 한국 수사관들이 적극 참여해 증거를 확보하도록 합의의사록 등 부속문서의 불평등한 운영규칙을 고치는 게 실질적"이라고 말했다.

◇미군기지 조정문제=5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원활한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한.미간에 두번째로 해결해야 할 사안은 용산기지의 이전과 함께 미군 현대화와 맞물린 주한미군기지의 조정이다.

용산기지 이전은 1990년 추진됐으나 93년 미측이 이전비용으로 95억달러(약 11조4천억원)를 제시하자, 당시 정부는 예산문제를 이유로 이전을 포기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월 용산기지내 미군 아파트 신축공사로 인해 용산기지 이전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당시 정부는 미군기지가 서울의 한복판에서 벗어나는 것이 반미감정을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범정부차원의 협상팀을 구성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 안에 민간업체의 부지와 건물규모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대통령 보고를 거쳐 이전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용산기지 이전에는 30억달러 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합참의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 문제를 비롯한 반미감정의 궁극적인 해소방안은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로 귀결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기 위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한국군이 충분한 전투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가 상당 수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만 유사시에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자주 국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이 완전히 철수했을 때 대체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을 최소 1백40억달러에서 최대 2백59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또 미군이 운영하는 첩보위성과 U2 정찰기, 통신감청 장비 등 정보자산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한마디로 현재로선 주한미군이 없는 상태에서 자주 국방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려면 우리의 군구조 개편 등을 통한 전력 현대화를 빠른 속도로 진척시켜야만 한다. 그래야만 주한미군의 지상병력을 줄여 해.공군 위주로 재편하는 등 현재의 한.미동맹 내용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볼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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