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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제작자의 심리를 해킹한다

중앙일보

입력

컴퓨터를 사용하다 보면 바이러스에 당할 때가 있다. 아니면 최소한 바이러스 경고는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는 간단히 복제 코드로 정의할 수 있다. ''멜리사'', ''러브 버그''와 같은 바이러스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들이 큰 재앙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많은 바이러스 제작자들이 실질적인 피해는 원치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주 파괴적인 바이러스 몇개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때 수백개의 다른 바이러스들 역시 사이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 바이러스들과 싸우는가? 누가 바이러스를 만드는가? 그리고 왜 만드는가? 유행처럼 번지는 바이러스 제작을 막을 방법은 없는가?

시맨텍社 연구이사 겸 바이러스 퇴치 연구원 사라 고돈은 어둠 속의 바이러스 제작자들에게 낯익은 인물이다. 그녀는 "이들은 한 사회집단에서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이런 일을 한다. 이들중 일부는 이들이 어리석고 비윤리적이며 사악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로부터 자극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라는 수년간 바이러스 제작자들을 인터뷰하고 조사했으며 그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바이러스 제작자들도 사라를 믿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사라 고돈은 바이러스 퇴치 업계에서 예외적인 경우다. 대부분의 업계 동료들과 달리 그녀는 여성이고 대부분 독학으로 관련 지식을 쌓아왔고 바이러스 제작자들과 사이버 상의 책임 문제에 대해 토론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바이러스 제작의 동기는 무엇인가?

자신을 에반이라고 밝힌 전(前) 바이러스 제작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제작자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재미있게 생각하며 특별한 동기 없이 그냥 이끌린다"고 말했다.

에반은 현재 IT 업계에서 합법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이 제작한 바이러스는 어떤 피해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만든 바이러스들을 배포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 바이러스들은 실행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한 연구 보고서는 바이러스 제작자들이 권태 때문에 바이러스를 만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반에 따르면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는 "바이러스 제작은 해커 친구들에게 ''나는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너는 못만든다''라고 말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여기에는 친구들이 자신을 두려워하도록 만드는 면도 있다. 실질적인 위협은 없이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여전히 ''저 친구를 건드리지마, 너에게 바이러스를 보낼지도 몰라''라는 암시가 있다"고 밝혔다.

취미인가, 범죄인가

미국에서 바이러스를 만들고 배포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국제적인 기준으로 취미와 범죄를 구별하는 것은 ''악한 의도''가 있는지의 여부다.

고돈은 "내가 바이러스를 만들어서 나의 웹 사이트에 올려놓고 친구들에게 보여준다고 하자. 이것을 불법이라고 말할 근거가 있는가? 실제로 바이러스를 사용해 어떤 피해를 끼쳤을 때에만 불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바이러스를 뿌려 피해를 일으키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지 인터넷이 너무 널리 퍼져 있어 바이러스 하나가 배포되면 빠르게 확산될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수많은 바이러스 중 하나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악명높은 ''멜리사'' 바이러스 제작자 데이비드 스미스는 컴퓨터 범죄로 기소된 최초의 바이러스 제작자 중 한명이다.

''멜리사''는 북미 전역의 PC 1백만 대 이상을 오염시켜 8천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냈다.

또 ''러브 버그''는 전세계적으로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를 제작한 혐의를 받은 사람의 소재가 필리핀인 것으로 신속히 파악됐지만 그는 기소되지 않았다. 필리핀에서는 이 사람이 바이러스를 제작한 것만으로는 불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피해 막기

바이러스 제작 집단과 바이러스 퇴치 집단은 바이러스 피해를 막는 최상의 방어책들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사용자 교육으로 이들이 스스로 바이러스 공격을 막도록 하는 것이다.

에반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컴퓨터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잊고 과도하게 컴퓨터에 의지한다. 에반은 "내 컴퓨터가 갑자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면 나는 이 바이러스가 컴퓨터에서 작동한 데 대해 일정한 책임을 감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핵심은 이렇다. 온라인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바이러스 감염수 또한 증가한다. 고돈은 "컴퓨터를 사용하면 당연히 바이러스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에반은 이에 동의하며 컴퓨터의 규격화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유전적으로 완벽한 소들이 있다고 치자. 농부가 아침에 일어나 목장으로 나온다. 그런데 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모두 죽었다. 소들 중에 다양한 종이 없었기 때문에 모두 죽은 것이다. 같은 상황이 기업의 데스크톱 컴퓨터들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반은 자신의 과거에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그는 바이러스를 제작했지만 실행시킨 적은 없다. 이것이 그에게 면죄부를 준다. 그는 현재의 바이러스와 바이러스 제작자들의 출현에 대해 걱정한다.

에반은 "이들은 소양이 없다. 그리고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넓게 생각해보지 않고 ''오, 내 이름이 여기 올랐네. 곧 명성을 얻겠군''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라 고돈은 두개의 적대적이고 상반된 집단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녀는 "나의 목표가 바이러스 제작자들의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명이라도 행동을 멈추면 그녀는 잠깐이나마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James Hattori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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