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아이는 이혼 부부의 소유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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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혼은 이제 크게 주목받을 일도 아닌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혼 부부가 늘면서 ‘돌싱(돌아온 싱글)’이란 말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가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한창 성장 과정에 있는 이혼 가정 자녀가 받게 될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다.

 어제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를 둔 협의이혼 당사자들은 자녀 양육 문제에 관해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만 이혼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과 자녀 양육 역할 분담, 자녀의 정서적 안정 등에 관한 상담을 반드시 거치게끔 하겠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재판상 이혼 역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당사자에게 자녀 양육과 관련한 상담을 받도록 권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 등에서 일부 실시되던 것을 의무화한 것이다.

 이러한 법원의 방침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 지난해 이혼한 11만4707쌍의 부부 중 79.4%(9만1022건)가 협의이혼으로 갈라섰다. 법원이 개입하는 재판상 이혼과 달리 협의이혼에 있어선 자녀 양육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당사자들의 일로 치부돼 왔다. 이로 인해 이혼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게 되는 자녀들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심지어 위자료·재산분할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자녀를 ‘정보원’으로 쓰거나 이혼한 배우자와 만나지 못하게 함으로써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재판상 이혼의 경우 상대 배우자에 대한 분노를 자녀 앞에서 터뜨리는 것은 물론 거짓 진술서 작성을 강요하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이번 양육 상담 의무화를 계기로 이혼 가정 자녀가 더욱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길 기대한다. 자칫 감정싸움으로 치닫기 쉬운 재판상 이혼에 대해서는 법원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상담을 권고해야 할 것이다. ‘쿨(cool)한 이혼’은 힘들다고 해도 아이까지 이혼의 그림자에 갇히게 해선 안 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는 당신 곁에 있지만 당신의 것은 아니다”(칼릴 지브란)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