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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 주말 되면 두 바퀴에 몸 싣고 씽~ 씽~ 스트레스 훨~ 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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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대로와 중대로, 위례성대로를 연결하는 자전거 전용도로에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자전거 대표도시라 불리는 송파구에서 지정한 ‘송파 자전거소리길’이다.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매주 수요일만 되면 자전거와 함께 자전거소리길로 나서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글=김록환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펀라이드’ 회원들이 송파 자전거소리길 생활권 전용도로 코스를 지나고 있다.

화창한 주말, 지하철 8호선 문정역 앞 자전거 전용도로에 5명의 남자가 모였다. 안전장비를 갖추고 멋진 자전거를 바닥에 눕혀놓은 채 앞으로 펼쳐질 라이딩에 설레는 그들은 ‘펀라이드(http://cafe.naver.com/funride)’라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겁게 자전거를 타자는 기치를 내걸고 2010년 3월 만들어진 동호회다. 그들은 평소에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이 되면 약 2시간 동안 자전거 전용도로 등을 따라 라이딩을 즐긴다. 송파구에서는 올림픽공원 일대부터 석촌호수, 성내천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바퀴가 굴러가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다.

이 날의 라이딩 코스는 총 3개의 코스로 나뉘어진 ‘송파 자전거소리길’이다. 127㎞에 달하는 송파구 내 자전거 전용도로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코스로 정비되며 소리길로 거듭났다. 민간부문을 포함한 3만여 대의 자전거 주차시설, 무료대여소와 수리센터도 곳곳마다 갖춰져 있어 도심 속 라이딩을 즐기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도심을 따라 성내천까지 이동한 후 석촌호수 코스를 타도록 하겠습니다.” 펀라이드 김병준(39) 회장의 구령에 회원들은 자전거에 올라탔다. 이들은 우선 자전거소리길 제3코스인 ‘생활권전용도로코스’를 타기 위해 출발했다. 근처에 마련된 자전거대여소에서 자전거소리길 안내 지도도 챙겼다. 이 코스는 중대로와 위례성길을 가로지르는 도심 속 코스다. 가락시장역과 방이역을 경유하는 도로 한 편에 마련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가는 길이다.

약 20여분을 달린 끝에 방이역에 도착한 이들은 성내천 진입에 앞서 인근 커피전문점을 찾았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지난 주에 있었던 일에 대한 담소를 나누고, 마른 목도 적시기 위해서다. 김씨는 “라이딩을 즐기다가 목이 마르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자전거를 눕히고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대도시 속 이 코스만의 장점이다”며 “가방을 둘러메고 장을 보러 가기에도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잠실 랜드마크 둘러보며 즐기는 라이딩

이들의 행보는 소리길 제2코스인 ‘송파워터웨이코스’로 이어졌다. 성내천과 한강, 탄천과 장지천을 연결하는 이 코스에서는 도심에서 느끼기 힘든 쾌적함을 맛볼 수 있다. 회원인 이진성(29)씨는 “이 길은 주로 한강으로 나가기 위해 이용하게 된다”며 “길이 다른 곳보다 더 잘 정비돼 있고 도심과 교외를 이질감 없이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천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코스에는 성내천을 따라 조성된 넓은 자전거전용도로가 갖춰져 있다. 워터웨이코스만을 이용하고 싶다면 올림픽공원을 거쳐 잠실4동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된다. 잠실대교 남단으로 진입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한강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대로를 오른쪽에 끼고 하염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덧 잠실종합운동장이 보이고, 여기서 탄천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워터웨이코스를 계속해서 즐길 수 있다.

올림픽공원에 도착하자 동호회 회원들은 자전거 핸들을 올림픽공원 남단으로 돌렸다. 이 날은 워터웨이코스를 모두 돌아보는 대신 제1코스인 ‘잠실관광코스’를 경유하기로 한 이유에서다. 이 코스는 올림픽공원과 석촌호수를 연결하는 잠실의 랜드마크 순회 코스다.

지도에 표시된 대로 성내천에서 올림픽공원 주변을 따라 자전거를 달리자 올림픽로가 나온다. 송파구청을 거쳐 석촌호수 동호 부근으로 진입하니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빨리 달리며 속도감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지역 명소들을 천천히 구경하며 달리는 것도 라이딩의 묘미다.” 김씨의 말대로 그들은 석촌호수에 세워진 각종 조형물들을 병풍 삼아 즐기며 달렸다. 석촌호수 서호를 반환점으로 3코스 체험이 모두 끝나자 일행은 잘 해냈다며 서로를 격려한다.

기존 자전거전용도로에 고유 명칭이 부여되며 개발된 이 코스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예정이다. 송파구청 녹색교통과 홍성욱 자전거교통팀장은 “각 코스의 특색을 살리며 기존의 도보여행길인 소리길 명칭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미흡한 점은 개선 과제로 남아있다. 코스 자체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자전거전용도로 가장자리에 설치된 안전 방호벽 중 일부는 오히려 자전거 주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라이더들의 얘기다. 곳곳에 보수공사가 필요한 부분이 다소 있고 도로 면적에 대한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송파구에서는 불량구간에 대한 보수공사, 안내판 설치와 같은 시설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주말마다 자동차를 타고 막히는 도로에서 고생하지 말고, 가족들과 함께 자전거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을 추천한다.”고 펀라이드 회원들은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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