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진 다이어트 … 배기량 줄이고 연비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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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자동차 업계에 다이어트 바람이 불고 있다. 엔진 크기를 줄여 연료 소모와 공해물질 배출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한창이다. 단순히 엔진 크기를 줄이는 게 아니라 규모를 줄이면서 엔진의 성능을 개선해 효율을 높이는 게 다운사이징의 핵심이다.

 최근 BMW그룹은 이 회사의 첫 3기통 1.5L 엔진을 공개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3기통 엔진을 개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자동차의 힘이 좋으려면 엔진 출력이 높아야 하는데, 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엔진 배기량을 늘려야 하고, 배기량을 늘리려면 기통 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성능을 좋게 하기 위해 배기량이 큰 엔진을 사용하면 연비가 떨어지고,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 배기량이 작은 엔진을 사용하면 출력이 떨어지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BMW의 첫 3기통 1.5L 엔진의 시험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베르나르도 로페즈 박사는 “더 작은 엔진을 달고도 연비와 출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엔진 개발이 최근 자동차 연구개발(R&D)의 큰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 신형 엔진을 장착한 신차는 앞으로 1~2년 내 나올 예정이다. 로페즈 박사는 “신형 엔진은 기존의 1.6L 4기통 엔진보다 배기량은 0.5L 줄고, 실린더를 하나 덜어냈는데도 10마력 이상 높은 출력과 10% 안팎의 향상된 연비를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작지만 더 큰 힘을 내는 비결은 터보와 직분사 같은 신기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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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는 3시리즈부터 7시리즈까지 다운사이징을 확대하고 있다. 엔진의 배기량과 실린더 수는 감소하지만, 출력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2012년식 BMW 528i는 4기통 2L급 엔진을 장착해 기존(2010년식) 6기통 3L급보다 엔진 크기를 줄였다. 하지만 출력은 245마력으로 같고, 최대 토크는 13% 향상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4초 빨라졌다. 연비는 기존보다 22% 향상된 L당 13.3㎞. BMW 328i도 엔진 사이즈를 6기통 3L에서 4L 2기통으로 줄였지만 최대 출력·토크, 최고 속도는 도리어 향상됐다.

 대형 차량에서도 엔진 다운사이징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 CLS 63 AMG는 이전 모델에 탑재됐던 6208㏄ V8 엔진을 5461㏄ V8 바이 터보엔진으로 바꾸며 배기량을 줄였다. 하지만 최대 출력은 11마력 늘었고, 연료효율은 L당 8.2㎞로 약 34% 향상됐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1㎞당 296g으로 이전 모델에 비해 22% 이상 줄었다.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2L 가솔린 엔진은 랜드로버 프리랜더2에 장착됐던 3.2L 엔진의 다운사이징 엔진이다. 3.2L급 엔진은 최대 출력 233마력, L당 8㎞ 연비를 나타냈으나, 2.0L급 엔진은 240마력에 L당 10.3㎞로 성능과 연비가 한결 나아졌다. 재규어는 XF와 XJ에 탑재되던 5.0L V8 엔진을 내년 상반기 출시하는 신모델에서는 3.0L V6 엔진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엔진을 줄이다 보니 수입차의 경우 기존에 3000㏄ 이상 대형차로 들여오던 모델을 이젠 2000㏄급 중형차로 선보이기도 한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달부터 기존 3.0L 디젤로 운영하던 주력 세단 A6 라인업에 2.0 TDI 모델을 출시했다. 포드코리아는 이달부터 세단 토러스의 배기량을 종전 6기통 3.5L에서 4기통 2.0L로 줄인 토러스 2.0을 판매하고 있다. 포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형 이스케이프는 동급의 SUV 가운데 처음으로 소형차에 쓰이는 1.6L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몇 해 전만 해도 이스케이프는 2.5L나 3L급 엔진을 장착했었다.

 푸조는 엔진 크기를 줄인 새 라인업을 내놓은 경우다. 2008년 푸조 607은 V6 2.7 HDi 엔진을 써 최대 출력 204마력에 최대 토크 44.9㎏·m의 주행 성능을 자랑했지만 연비는 L당 11㎞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출시한 푸조 508GT 모델은 2.2HDi로 엔진을 다운사이징했지만, 607과 같은 힘을 내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모델보다 34% 줄고, 연비는 L당 15.5㎞로 좋아졌다.

 국내에선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 터보가 엔진 다운사이징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쏘나타와 K5의 2.4 모델을 단종하고, 2.0 터보 모델을 새롭게 내놨다. 배기량을 2.4L에서 2.0L로 낮추면서도 최대 출력(271마력)과 최대 토크(37.2㎏·m) 등 성능을 기존보다 30~40% 향상시켰다.

터보와 직분사 엔진의 효율을 높이면서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한 기술이다. 직분사는 고압의 연료를 실린더 내에 있는 연소실로 직접 분사해 연료가 엔진으로 흡입되는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터보는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려 새롭게 흡입되는 공기를 강제로 압축한 뒤 이를 연소실로 보내 더 많은 연료가 연소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역시 연료 흡입 효율을 높여 엔진의 출력을 더 좋게 한다. 낮은 배기량으로 동력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도 연비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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