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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주사 연예인, 의사에 보낸 문자내용…충격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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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병원에서 사용되는 프로포폴 주사기계. 투입시간과 양을 입력하면 기계가 자동으로 일정 시간마다 프로포폴을 주사해 준다. [이현 기자]

검찰과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이 서울·수도권의 병원 100여 곳을 상대로 프로포폴 오·남용 수사 및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청 관계자는 18일 “검찰과 합동으로 지난주부터 프로포폴 유통량이 많거나 사용량 변화가 심한 병원 100여 곳의 명단을 뽑아 조사 중”이라며 “이 중 상위 30곳은 더 정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이들 병원으로부터 프로포폴 사용 기록과 환자 진료 차트 등을 제출받아 조사하고 있다. 또 이달 말 1차 조사가 끝나면 전국 병원들을 대상으로 2차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번 조사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된 방송인 A씨 등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시작됐다.

 식약청의 중점 조사 대상은 방송인 A씨에게 프로포폴을 공급한 서울 강남 일대의 피부과·성형외과 5곳이다. 이 병원들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수사도 받고 있다. 검찰은 식약청을 통해 진료 기록 사본을 입수해 프로포폴 불법 유통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A씨 사건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한 피부과 원장은 “A씨에게 7~9월 다섯 차례 프로포폴을 놔줬다”며 “프로포폴 링거를 꽂은 채 밖으로 나가려고 해 제지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혼내 보기도 했지만 ‘제발 부탁이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중독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부과 원장은 “A씨가 8월에 네 번 정도 온 적 있다. 중독자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춘천지법에서 열린 A씨 재판에서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춘천지검은 A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로 넘긴 상태다.

 현재 검찰은 A씨와 프로포폴에 관한 문자를 주고받은 가수 H씨 등 일부 연예인과 자동차 딜러 L씨도 수사선상에 놓고 있다. 가수 H씨는 검찰에서 “A씨로부터 ‘약(프로포폴)을 달라’는 문자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A씨가 문자를 아무한테나 보내서 받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L씨는 연예인들에게 프로포폴을 소개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가수 K씨와 작곡가 D씨가 L씨로부터 프로포폴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2011년 프로포폴 생산·수입량은 227억원에 달한다. 2010년 검찰이 프로포폴 불법 유통에 대해 수사하자 170억원으로 주춤했다가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제약회사들이 한 대에 최고 1200만원 하는 프로포폴 주사 기계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조건으로 한 달에 일정량 이상을 사용토록 요구해 프로포폴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한 피부과 관계자는 “제약사로부터 한 달에 앰풀 병 100개를 사용하면 무상으로 대여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 제약회사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의사들은 프로포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스마트폰을 버리고 과거의 휴대전화로 돌아가자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중독 성분이 떨어지는 신약도 내놨지만 반응 시간이 빠른 프로포폴을 대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황규석 기획이사는 “간단한 시술엔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새롬·한영익·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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