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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취화선' 연출 임권택 감독

중앙일보

입력

「길소뜸」 「씨받이」 「아다다」 「만다라」「아제아제 바라아제」 「티켓」 「장군의 아들」 「서편제」 「태백산맥」 「춘향뎐」… 거장 임권택(林權澤ㆍ65)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모아보면 한국 영화사 한권을 쓰고도 남는다.

'국민감독'으로까지 꼽히는 그가 새로운 영화실험에 나섰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의 남산 한옥마을에서 「취화선(醉畵仙)」의 크랭크인에 들어간 임권택 감독을 만나 연출 소감과 의도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원(吾園)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다고 하는데 미술과 영상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춘향뎐」은 판소리를 스크린에 접목시킨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한국화를 영상에 옮기는 작업이다. 대단히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되나 어떻게 표현될지는 나도아직 모르겠다. 한국화가 지닌 여백의 미와 유려한 필치가 배우들의 연기에 그대로살아날 수 있으면 좋겠다.

--장승업을 영화 소재로 삼은 까닭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기행을 일삼는 천재화가라는 사실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그러나그에게 가깝게 다가가면 갈수록 치열한 작가정신에 매료됐다. 술과 여자가 있어야만그림을 그렸다는 괴팍한 버릇은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어 절대적인 경지에 이르려는 채찍질이다. 그의 치열한 예술혼을 그려보고 또 배우고 싶었다.

--이번 영화로 관객들이 어떤 점을 느끼기를 바라는가.

▲젊은이들이 서양화는 잘 알지만 한국화는 잘 모르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피카소나 세잔의 그림은 단번에 알아보면서 오원과 겸재와 혜원과 단원의 그림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서양의 가치관이 끼어들면서 단절된 전통을복원하고 한국적 미학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

--최민식을 주인공으로 고른 이유를 말해달라.

▲장승업은 무학에 고아로 자라나 천대를 받았지만 비상한 재주와 뛰어난 식견으로 상류사회와 교분을 나누면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무지렁이에서 교양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야성과 지성을 겸비한 배우는 우리나라에그리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최민식씨는 최선의 선택이다.

--이번에도 프랑스 칸 영화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제 수상과 국내 관객과의 소통 가운데 어느쪽에 더 무게를 두는가.

▲나는 지금까지 영화제용 필름을 만들기 위해 매달린 적이 없다. 칸 영화제 진출을 바란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비록 실패한 적도 많았지만 나는 늘 외국보다 국내 관객에게 어필하는 영화를 만들려고 애써왔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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