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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특집] 일본 열도 '이치로 광풍'으로 들썩

중앙일보

입력

○…관심에 비해 둘의 대결은 짧았다. 박찬호와 이치로가 메이저리그 동양인 첫 투타 대결을 벌였다.

3회말 1사에서 이치로의 타석, 박선수는 초구 낮은 유인구를 던졌지만 이치로는 속지 않았다. 이치로는 2구째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에 살짝 걸치는 느린 커브에 배트를 휘둘러 평범한 2루수 땅볼을 때렸다. 쉽게 처리될 듯싶었지만 이치로는 빠른 발로 1루까지 전력 질주, 간발의 차로 아웃됐다. 박선수가 판정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 '(일본의)국민 스타' 이치로의 첫 올스타전으로 일본 열도가 들떴다. 신주쿠 등 도쿄 중심지에서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춘 채 대형TV 스크린에서 방송되는 이치로의 활약을 지켜봤다. 1백50여명의 일본 취재진이 세이프코필드 구장에서 이치로 취재 경쟁을 벌였다.

미국에서도 그의 인기는 높았다. 이치로의 이름과 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은 '섹시가이' 데릭 지터의 유니폼과 함께 1백40달러(약 18만원)를 호가했지만 금세 동났다.

○…토미 라소다 내셔널리그 명예 감독의 체면이 구겨졌다. 3루측 베이스코치로 나선 라소다 감독은 6회초 내셔널리그 대타 블라디미르 게레로(몬트리올 엑스포스)가 파울볼을 때릴 때 날아든 방망이에 맞아 쓰러졌다.

선수들과 관중들은 심장이 안좋은 라소다 감독이 다칠까 걱정했지만 라소다가 툭툭 털고 일어나자 안도와 함께 웃음을 참지 못했다. 라소다 감독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선수들에게 웃지말라고 호통쳤으나 터져나오는 웃음은 막을 수 없었다.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가 또 빈볼에 맞았다. 이번엔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는 근처에도 없었다. 경기 세시간 전 배팅 연습에 열중한 피아자는 한 팬이 사인을 부탁하러 던진 공을 피하지 못했다. 피아자는 지난해 올스타전을 사흘 앞두고 클레멘스의 투구에 머리를 맞아 올스타전에 나오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월드시리즈 2차전에선 클레멘스가 피아자에게 부러진 방망이를 집어던져 두 팀간 난투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의 첫 대결로 주목을 끌었던 이번 승부는 클레멘스가 2회초 피아자를 우익수 플라이 아웃시키며 조용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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