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요미우리 오보’를 반성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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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서승욱
도쿄 특파원

일본을 강타한 ‘iPS(유도만능줄기)세포 임상치료 오보(誤報) 사건’ 파문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연일 최고 화제의 뉴스다. 오보의 진원지인 모리구치 히사시(48) 도쿄대 연구원의 고뇌하는 듯한 얼굴이 하루에도 몇 번씩 TV에 등장한다.

 발단은 지난 11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의 1면 머리기사였다. 하루 1000만 부를 발행하는 이 신문은 “일본인 연구자인 모리구치 객원강사가 포함된 미 하버드대 연구팀이 iPS세포로 심근 세포를 만들어 올 2월 이후 중증의 심부전증 환자 6명에게 이식수술을 했고, 환자들 전원이 양호하다”고 보도했다.

 불과 며칠 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이 확정된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수의 업적이 쥐와 사람의 체세포로 iPS세포를 만든 것이다. iPS세포는 완전히 자란 체세포에 바이러스나 단백질을 주입함으로써 배아줄기세포와 마찬가지로 어떤 세포로도 변화할 수 있는 초기 상태로 되돌려진 세포다. 야마나카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과 전 세계의 관심은 ‘언제쯤이면 iPS세포를 활용한 난치병 치료가 가능할지’에 쏠렸다. 바로 그 순간 ‘이미 임상 치료 성공 사례가 있다’는 소식이 터졌으니, 당연히 세계적인 뉴스였다.

 기사를 제보한 모리구치는 석간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선 “소수 정예로 구성된 연구팀의 기동력이 성공의 비결”이라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뉴욕에서 열린다던 연구 발표회에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하버드대는 그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하버드대 객원강사란 신분도, 그가 갖고 있다던 의사 면허도 사실이 아니었다. 모리구치는 결국 자신의 말 일부가 거짓이었음을 실토했다.

 이번 소동은 과대망상에 빠진 한 사이비 연구자의 사기극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 요미우리의 보도에 마음이 설렜던 전 세계 환자들에겐 상처만 남게 됐다. 요미우리는 13일자에서 ‘희대의 오보’를 사과했다. 요미우리의 결정적인 잘못은 확인 노력의 부족이다. 이달 초 여섯 시간에 걸쳐 모리구치를 직접 취재했다는 담당기자는 모리구치가 내민 데이터와 사진, 논문을 철석같이 믿어버렸다.

 모리구치가 객원강사로 소속돼 있다고 주장했던 하버드대, 그와 그의 동료들이 함께 심근 세포 이식수술을 했다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모리구치의 논문이 게재될 예정이었다던 네이처지에 한 차례의 확인만 했더라도 이번과 같은 전대미문의 오보 사건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요미우리의 기사를 인용한 중앙일보의 보도(10월 12일자 2면)도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다. 아무리 공신력 있는 외신 보도라도 두 번 세 번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