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자, 5년 뒤엔 3억 명 … 소비재·럭셔리 기업 공 들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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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유럽 최대 전략컨설팅회사인 롤랜드버거의 샤를-에두아르 부에 아시아 대표가 10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이 회사 서울사무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롤랜드버거]

유럽계 최대 전략컨설팅 회사인 롤랜드버거의 샤를 에두아르 부에(43) 아시아 대표는 중국통이다. 2006년 상하이에 부임해 중국사무소를 설립했고 2009년 아시아 대표로 승진한 뒤에도 상하이에 머물며 총괄하고 있다. 지난 6년간 중국사무소를 연평균 40%씩 성장시키며 중국에서 터를 잡았다.

 부에 대표는 10일 서울 광화문 롤랜드버거 한국사무소에서 한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은 매우 다면적이기 때문에 산업별·계층별·지역별로 쪼개서 봐야 비즈니스 기회가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 시장 전망이 어떠냐고 많이 묻는데, 소위 ‘중국 시장’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며 “개별 시장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비 시장을 예로 들었다.

 “중국엔 현재 여유있는 중산층(월소득 5000위안 이상)이 1억50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그 숫자가 5년 뒤엔 미국 인구보다 많은 3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겁니다. 연평균 15% 성장률이죠. 소비재나 럭셔리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중국에 공을 들여야 합니다.”

 적어도 소비재 시장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7%대)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견해다. 이와 함께 헬스케어·의약·병원 등 건강복지 관련, 정보기술(IT) 관련 분야가 유망하고 자동차와 인프라 분야는 다소 포화상태라고 봤다.

 부에 대표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업들이 스스로 ‘중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새로운 시장, 큰 시장이라는 꿈에만 부풀어 그곳에서 통할 만한 특별한 경쟁력을 가진 상품과 서비스인지 따져보는 데 소홀한 잘못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진출을 문의하는 기업들에 ‘예스’보다는 ‘노’라는 답을 더 많이 주고 있다”며 “갈수록 중국은 더욱 까다롭게, 정교하게 접근해야 하는 시장이 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여전히 어렵겠지만 “긍정적인 서프라이즈”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한국을 비롯한 프랑스·미국·러시아·중국 등 각국에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와 정권 교체를 근거로 들었다.

 “내년은 세계 인구의 53%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이 새로운 정권을 경험하게 됩니다. 인류 역사상 한 해에 이렇게 광범위한 변화를 겪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새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유엔과 G20 에서 만날 때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액션을 취할 것으로 봅니다.” ‘신입생’ 지도자들이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으로는 주요 국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라며 “오랜 기간 개방된 세계에서 이 부분이 간과됐으나 당분간은 개방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봤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보호주의를 피해갈 수 있을 정도로 시장에서 원하는 품질과 기술, 적절한 포지셔닝을 한 상품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현대차·LG·SK 등 한국 기업들은 장기적인 시각으로 다른 기업들이 투자를 멈출 때 오히려 공격적으로 투자해 격차를 벌리는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에 대표

프랑스 출신.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 을 졸업한 뒤 투자은행·소비재기업을 거쳐 2001년 롤랜드버거에 입사했다. 1967년 독일에서 설립된 롤랜드버거는 올 8월 한국사무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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