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ad Girl 안젤레나 졸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시에서 숨쉬고 있다는 사실이 어색할 만큼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졸리가 또다시 우리를 날려버리기 위해 찾아왔다. 〈툼 레이더〉에서 자화상이나 다름없는 최강의 여전사 라라 크로포트로 변신한 것이다. 스무 살이나 연상인 빌리 밥 손튼과 초스피드로 결혼할 때부터 알아본 ‘나쁜’ 기질들. 그러나 우리는 그녀의 어두운 매력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안젤리나 졸리는 평범하고 조용하게 주목받기보다는 총성과 화염에 휩싸인 전쟁터 같은 삶을 택해왔다. 영화 속에서 맡은 역할뿐만이 아니라 옷 입는 스타일이나 심지어 사랑에 빠질 때에도 그랬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디오 게임을 영화로 만든 〈툼 레이더 Tomb Raider〉에서 파워풀한 여전사 ‘라라 크로포트’로 변신한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여름, 〈툼 레이더〉와 함께 스물여섯 살이 되고 있는 안젤리나 졸리의 매력이 거의 폭발하듯이 활짝 피어나고 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이런 ‘게임 걸’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연기를 돋보이게 하는 대신 캐릭터와 이미지가 스크린에 강하게 비쳐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오스카로부터는 다소 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이미 지난해 〈처음 만나는 자유 Girl, Interrupted〉란 영화로 아카데미상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라라 크로포트의 역할은 졸리에겐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안젤리나 졸리가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포트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캐스팅이 완벽하다고 입을 모아 감탄하곤 했다. 라라와 안젤리나, 이 두 여자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너무나 닮아 있다. 우선 단단해 보이면서도 볼륨 있는 몸매에 마이크로 미니 팬츠와 탱크 톱이 환상적으로 어울린다. 남다른 부모를 가졌다는 것도 비슷하다. 안젤리나 졸리는 프랑스 여배우인 마셸린 베르트랑과 아카데미상 수상 경력이 있는 배우 존 보이트 사이에서 태어났다(존 보이트는 〈툼 레이더〉에서 실제로 졸리의 아버지 역을 맡아 연기한다). 영화 속의 라라는 영국 귀족의 딸이다. 라라는 칼을 휘두르고, 졸리는 칼을 수집한다.

무엇보다 라라와 졸리는 두둑한 배짱에, 항상 과감한 모험을 서슴지 않는다. 전쟁 같은 상황에서도 그 아슬아슬한 순간을 즐기는 것처럼, 위험이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곤 했다. “물론 대역을 할 스턴트 우먼이 있었죠. 하지만 졸리가 스턴트 대역보다 열 배는 낫더군요. 그녀는 스턴트 우먼이 아니라 그냥 배우인데 말예요.” (〈툼 레이더〉의 사이먼 웨스트 감독) 영화가 크랭크 인에 들어가기 전, 두 달 반 동안의 집중적인 다이어트와 체력 단련도 큰 도움이 되었다. 총과 번지 점프용 로프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집중 웨이트 트레이닝을 받았다. “언제든지 바로 땀 뺄 준비가 되어 있는 라라가 되고 싶었어요. 여성스러우면서도 위급할 땐 바로바로 힘을 쓸 수 있는 근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라라는 꼭 야생 동물 같거든요.”

안젤리나 졸리 자신이야말로 야생동물이다. 실제로도 포드 트럭을 몰고 다니며, 상큼한 샐러드나 예쁜 케이크 대신 쇠고기나 양고기를 푸짐하게 즐겨 먹고, 로맨틱 코미디 대신 폭탄 터지는 액션을 사랑한다. 남들과 똑같은 삶을 선택하는 대신 남들과 다른 삶을 선택했고, 오직 자신의 룰에 충실하며 살아왔다. 약물 복용 등으로 어수선한 10대를 보냈고, 결혼식 때는 독특한 의식으로 칼로 자해를 하기도 했다. 안젤리나 졸리 같은 사람은 정말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 그 비슷한 사람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보다는 마이너에 가깝고 모두가 다 좋아하는 ‘좋은’ 여자 대신 ‘나쁜’ 여자로 지내온 시간들이 탁월한 연기력과 결부되어 스크린 안팎에서 늘 주목받는 스타가 되었다.

“저는 위험한 일을 시도하거나, 위험에 빠져드는 데 익숙해져 있죠. 위험이나 모험 이 어떨 때에는 제 자신의 일부처럼 느껴져요. 때로는 거부할 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책임감과 판단력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 장의사가 되는 상상을 하곤 했던 졸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나의 어두운 면과 아주 친숙해요. 친구처럼 편안하다고나 할까요.” 지난해 졸리는 자신의 내부에서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어둡고 거친 본성들과는 반대로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부분 또한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사람은 영화 〈슬링 블레이드 Sling Blade〉의 작가이자 배우, 감독을 겸한 빌리 밥 손튼(Billy Bob Thornton)이었다. 스무 살이나 나이차이가 나는 그들은 초스피드로 결혼에 골인했고 할리우드에서는 그들의 밀월 관계가 한 달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입방아를 찧었지만, 결혼 후 이미 1년을 넘기고 있다. 불 같은 삶을 살다가 일찍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던 졸리는 손튼과의 사랑 속에서 보다 희망적이고 밝은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침착해져요. 우리는 아무래도 천생연분인가 봐요. 이렇게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폭풍 같은 10대를 건너다
안젤리나 졸리의 삶은 소설처럼 읽힐 수도 있다. 사실 그녀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아이였다. 1975년 6월 4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으며, 그녀의 부모는 예명으로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오빠인 제임스 헤이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졸리가 한 살이었을 때, 존 보이트와 마셸린 베르트랑은 헤어졌다. 그녀와 오빠는 엄마와 함께 뉴욕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부모의 이혼 이후로, 남매 사이의 유대감은 더욱 끈끈해져서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둘의 결속감은 정도가 지나쳐서 세상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도 있었다. 2000년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졸리는 오빠인 제임스를 무대로 끌고 나와 어느 누구도 남매로 보지 않을 비정상적인 키스를 퍼부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할 때는 한술 더 떴다. “나는 오빠와 사랑에 빠졌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오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요.” 이러한 근친상간적인 발언에 대해 세간의 억측이 많았지만 졸리의 대꾸 역시 솔직담백했다. “내가 만약 오빠와 이성간의 감정으로 사랑에 빠졌다면, 그렇다고 내 입으로 솔직하게 말했을 거예요. 그게 제 성격이고 다른 사람들이 더 잘 알아요.” 일곱 살에 〈Lookin’to Get out〉이란 영화로 데뷔했다. 4년 뒤 가족과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다시 이사와서 배우 수업을 받았고 모델 활동도 잠깐 했었다. 졸리는 10대 초반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거지 같은 머리에 더러운 손톱, 온몸엔 검은색 잉크로 낙서를 한 채 거리를 배회했었죠.” 열네 살 때는 처음으로 남자친구와 동거했으며 동성연애 경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어떻게 인생을 배웠냐고 물었더니 무엇에든 직접 부딪치고 보는 성미였다고 대답했다.

본격적으로는 열여덟 살에 찍은 〈사이보그 2 Cyborg 2〉라는 별 볼일 없는 SF 영화로 시작해 〈해커 Hackers〉에서는 첫번째 남편이 된 영국 배우 조니 리 밀러(Jonny Lee Miller)를 만났다. 조니 리 밀러는 〈트레인스포팅 Trainspotting〉의 시크 보이(Sick Boy)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96년, 졸리는 자신의 피로 남편의 이름을 쓴 블라우스를 입고서 결혼했다. 1998년 졸리가 HBO 방송에서 방영한 일종의 자전적 영화 〈가이아 Gia〉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결혼생활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가이아〉는 코스모 표지 모델을 하기도 했던 헤로인 중독 레스비언 슈퍼모델(에이즈로 사망)에 관한 영화였다. 둘은 1999년 이혼했고 〈가이아〉를 찍으면서 쌓인 과로에 이혼의 충격이 겹쳐져 1년간 휴식 기간을 가졌고 그로부터 1년 뒤, 졸리는 단단한 각오로 컴백해 〈플레잉 바이 하트 Playing by Heart〉 〈푸싱 틴 Pusing Tin〉, 〈본 콜렉터 The Bone Collector〉 등의 영화에 연달아 출연했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자유〉에서 정신병자 ‘리자 로우(Lisa Rowe)’ 역을 열연하여 아카데미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 즈음 그녀는 니콜라스 케이지와 출연한 영화 〈식스티 세컨즈 Gone in Sixty Seconds〉를 마무리한 뒤〈원죄 Original Sin〉 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었다. 미국에서 8월 개봉할 예정인 〈원죄〉에서는 결혼 상담소를 통하여 편지를 주고받다가 결혼에 이르는 예비 신부 역할을 맡았는데 상대역은 안토니오 반데라스다.

사랑에 빠진 그녀는 천사
영화배우로서 확고부동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을 때, 졸리는 새로운 사랑을 찾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손튼을 처음 만난 것은 몇 해 전 토론토의 엘리베이터 안에서다. 〈푸싱 틴 Pushing Tin〉 촬영을 막 시작할 즈음이었는데,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은 부부로 출연했다. “그가 ‘안녕’ 하고 인사하더군요. 나는 그냥 복도를 따라 가던 길을 걸어갔죠. 하지만 코너를 돌아서야 겨우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답니다.” 졸리와 손튼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영화촬영이 끝난 뒤에도 전화로 자주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가 로맨틱하게 발전한 것은 2년이나 지난 뒤의 일이었다. 당시 손튼이 배우 로라 던(Laura Dern)과 동거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튼은 그의 인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졸리에게 달려갔다. “졸리의 집으로 차를 몰았죠.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답니다. ‘이제 우리는 함께 있을 수 있어’. 그 이후로 계속 우리는 이렇게 함께였죠.”

당시 언론은 이들의 스캔들을 기사화하기에 바빴다. 로라 던도 억울한 심정을 여기저기에 토로했다. “영화 촬영 때문에 집을 비우게 되었죠. 글쎄 그 사이에 내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결혼해버린 거예요. 손튼으로부터 소식이 뚝 끊긴 것은 물론이죠.” 졸리와 손튼이 그들의 특별한 관계를 공공연히 드러낸 것은 지난해 4월부터다. 졸리가 빌리 밥(Billy Bob)이라고 새긴 문신을 자랑하기 시작했고, 몇 주 뒤인 2000년 5월 5일 그들은 라스 베이거스에 가서 결혼했다.

졸리와 손튼의 결혼식은 리틀 처치(Little Church)에서 거행되었다. 손튼에겐 5번째, 졸리에겐 두 번째 결혼이었다. 신부는 청바지를 입고 장미와 카네이션으로 만든 부케를 든 채, 라이처스 브러더스(Righteous Brothers)의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에 맞춰 걸어 나왔다. 손튼은 근처의 노점상에서 29달러짜리 반지를 사 왔다. “싸구려였지만 아름다웠으며 마음 편하고 유쾌한 분위기였죠. 한 마디로 완벽했답니다.” 결혼식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이 커플은 자신들의 성생활에 대해 거침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우리는 거의 침실을 떠나지 않는답니다. 그와 사랑을 하는 매 순간 죽을 것같이 짜릿해요.”

졸리-손튼 커플은 작년 8월 베벌리힐스의 스페인풍 빌라를 샀다. 원래 소유주인 건즈 앤 로지즈(Guns N’Roses)의 기타리스트 슬래시(Slash)로부터 3백80만 달러도 안 주고 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각자의 촬영 스케줄에 따라 여기저기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새 집에서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각자 틈나는 대로 짬을 내어 스위트 홈에 가려고 노력한다. “나는 그와 함께 누워 있기 위해 집에 간답니다. 단지 머리를 그의 목에 기대기 위해서 말예요.” 졸리가 〈툼 레이더〉 촬영차 런던에 있을 때 어느 기자에게 한 말이다. 항공 여행을 꺼리는 손튼이 런던에 있는 졸리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탔을 정도다.

졸리 안에 감추어진 것
최근에 그녀는 M 잡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10대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적이 있다. “어렸을 때 사진을 걸어두거나 테이블에 진열해놓은 적도 없죠. 그때 가지고 놀던 인형, 장난감 그런 것들은 물론 없구요. 어렸을 땐 일기를 죽 썼었는데 그것도 다 태워버렸어요. 난 과거에 묶여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요즈음 졸리는 시애틀에서 〈Life or Something Like It〉이라는 영화를 촬영 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로맨틱 코미디물에다 금발의 리포터로 변신하는 중이다.

밉지 않은 배드 걸 안젤리나 졸리는 독특한 말과 행동으로 항상 가십거리가 되곤 한다. 신경과민 반응을 유발할 때도 있고 충격을 주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졸리는 그런 여러 가지 반응들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들은 날 좋아하거나 아니면 흠 잡거나 둘 중 하나죠. 나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도 별로 솔직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흠 잡고 싶어하고 과민반응을 보이는 거죠”라고 그녀는 말한다. “적어도, 나도 사람이라는 사실만은 그들도 알겠죠?”


1 〈원죄 Original Sin〉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함께 과감한 포즈로.
2 영화 〈푸싱 틴 Pushing Tin〉에서 실제 남편인 빌리 밥 손튼과 함께 다정한 포즈로.
3 니콜라스 케이지를 유혹하는 관능적인 도둑 〈식스티 세컨즈〉에서.
4 위노나 라이더와 함께 열연한 〈처음 만나는 자유〉.
5〈툼 레이더 Tomb Raider〉의 라라 크로포트의 모습으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