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정수장학회 문제, 박근혜가 적극 나서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대선은 법으로도 어쩔 수 없어 미해결의 장으로 남아 있는 문제가 풀리는 공간이다. 정수(正修)장학회 문제도 이번 대선을 계기로 국민 눈높이에서 해결돼야 한다. 문제풀이의 해법은 박근혜 후보가 쥐고 있다. 박 후보는 ‘법적으로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형식논리에서 벗어나 팔을 걷어붙이고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제 국회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에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은 “정수장학회가 MBC방송사의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는 건 현행 방송법상 위법이다. 다만 방송법 개정이 12년 전에 이뤄졌으므로 50년 전에 설립된 정수장학회에 소급하긴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방송법은 ‘일간신문을 경영하고 있는 법인이 지상파 방송사 주식의 10%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는데, 부산일보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이 규정을 위배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급적용이 어렵다는 전제는 달았지만 정수장학회가 위법상태인 건 엄연하다.

 박근혜 후보와 최필립(84) 이사장은 이런 문제제기를 계기로 정수장학회의 실체적인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

 첫째, 최 이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 장학회에서 ‘박정희 그림자’ 혹은 ‘박근혜 정치색’을 완전히 빼는 토대를 닦아야 한다. 둘째, 장학회는 박정희의 정(正)자와 육영수의 수(修)자를 조합해 만든 ‘정수’라는 이름을 바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국민장학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박근혜 후보는 1995~2005년까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았고, 후임으로 최필립 이사장을 사실상 지명했기에 장학회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이 있다.

 정수장학회는 5·16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이 지금은 고인이 된 김지태씨를 부정축재자로 몰아 그의 소유였던 부일장학회를 강제 헌납받아 세운 재단이다. 이 같은 사실에 기초해 2007년 정부의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가 공권력의 강요로 발생한 재산권 침해에 사과하고 명예회복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고, 2012년 법원도 김지태씨의 유가족이 낸 소송에서 “시효가 지나 재산반환은 안 되지만 국가 강압에 의한 강제헌납이 있었다”고 판결했다.

 2007년 이후 행정부와 사법부가 차례로 불법성을 확인함으로써 형성된 국민적 공감대는 정수장학회를 유족의 품에 돌려주기 어렵다면 최소한 박정희 대통령의 유족과 친지의 영향력이라도 제거하라는 것이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가 알아서 판단해 달라”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최 이사장은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와 관계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간 지 오래다. 자산이 250억원이 넘는 알토란 같은 재단을 하루아침에 넘기고 싶지 않아 그럴 테지만 부당한 것으로 밝혀진 자산에 언제까지 그렇게 집착할 것인가. 더구나 박 후보는 “5·16이 헌법가치를 훼손했다”고 사과한 마당 아닌가. 그렇다면 박 후보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역사관 표명의 후속조치로 정수장학회 문제를 하루바삐 풀어야 한다. 한 번 설득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 설득하고 주변 인맥을 최대한 동원해 최필립 이사장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