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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내곡동 사저 수사’에 정치적 고려 있었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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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국민들이 검찰에 거는 기대는 하나다. 만인에 평등한 법률에 의거해 사회 정의를 실현해 달라는 것이다. 법률 적용이 정치적이든 인위적이든 어떤 이유로든 흔들리고 편향된다면 검찰은 존립 근거를 잃는다. 이런 점에서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수사’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음을 시사한 발언은 검찰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단칼에 베는 것이다.

 내곡동 사저 수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8개월 동안 이루어졌다. 내곡동 땅은 이 대통령 퇴임 후 사저를 짓기 위해 경호처가 사들인 9개 필지 54억원 상당이다. 이 중 3개 필지는 경호처와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공동지분을 갖는다. 검찰이 규명해야 할 법률적 쟁점은 명백했다. 내곡동 땅을 사면서 청와대가 과하게 부담한 것이 국가에 손해를 끼친 ‘배임’인지, 땅의 공동명의자인 시형씨가 대출한 돈이 명의신탁에 해당하는지만 가리면 되는 것이었다. 검찰은 오랜 수사 끝에 모두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특별검사가 임명되고, 어제부터 특검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 중앙지검장은 “배임으로 볼 여지가 있었으나 기소할 경우 배임에 따른 이익 귀속자가 대통령 일가가 되기 때문에 어려웠다”고 말했다. 발언에 파문이 일자 발언을 정정했다. 그러나 검찰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기소권을 포기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검찰은 혐의점을 발견하면 기소하고, 판단은 법원이 하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까지 해서는 안 된다.

 검찰이 고려했던, 대통령 일가를 보호하려는 ‘충정’이 그 후 얼마나 많은 국력 낭비와 정치적 소모를 가져왔는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의혹은 계속 제기됐고, 결국 무수한 공방을 거치며 특검이 구성됐다. 특검 수사 비용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치바람에 흔들리는 검찰은 사회 비용을 높이는 악성 부채(負債)가 될 수 있다. 특검은 의혹 없는 수사를 통해 이로 인한 더 이상의 사회적 소모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