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 두달만에 시·도 대회 휩쓸어 … 스트레스 풀려 성적도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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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여중 창작댄스팀이 소품을 이용해 별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이들은 방송안무가 아닌
최 강사와 팀원들의 아이디어로 안무를 짜내 호평을 얻었다.

그들만의 댄스로 자신감을 키우고 꿈을 찾는 중학생들이 있다. 온양여중 창작댄스팀원 9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매일 정규수업이 끝나면 2시간 이상씩 연습한다.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선후배와 친구들끼리 우정도 다진다. 성적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은 없다. 그냥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다’라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그들만의 안무로 성취감을 얻고 자신감을 키운다. 결성된 지 2개월 만에 아산시 클럽스포츠대회 우승, 도 대회 우승은 그간의 노력을 입증한다.

4일 오후 3시 온양여중 2층 연습실. 창작댄스팀원 9명이 전신거울 앞에서 인순이의 ‘거위의 꿈’에 맞춰 안무를 하고 있다. 안무와 곁들여 몇몇 아이들은 수화를 한다.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도 대회 우승으로 다음달 있을 전국 클럽스포츠 대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왕따의 아픔을 수화와 율동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연습 무대였지만 학생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절제된 동작과 더불어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이 고여 있기도 했다.

 온양여중 창작댄스 동아리는 지난 3월 말 결성됐다. 토요 스포츠클럽 활동 중 하나인 ‘방송댄스부’ 부원 40여 명 중 9명이 지원해 만들어졌다.

 결성 두 달여 만에 아산시 클럽스포츠 대회를 석권하고 여세를 몰아 지난달 22일 충남교육감배 클럽스포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젠 전국대회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연습실이 없어 사용하지 않던 수학실을 청소해 공간을 만들었다. 전신거울이 없는 탓에 서로를 마주보며 동작을 맞췄다. 꾸준히 만나고 함께 땀 흘리다 보니 금세 가까운 사이가 됐다.

 최시원(15)양은 “처음에는 갖춰진 게 아무것도 없어 힘들었다”며 “에어컨이 없어 여름엔 땀으로 옷을 적셨고 각자 무대의상을 개조해 입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양은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기특했는지 학교에서도 많은 지원이 이어졌다. 전신거울이 생기고 에어컨이 들어와 이젠 웬만한 연습실보다 나아졌다”며 웃었다.

 박예진(16)양은 처음에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그는 “아무래도 학원 시간을 빼서 춤을 추니까 부모님이 강경하게 반대하셨다”며 “하지만 성적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올라 부모님도 이제 반대는 하지 않으시지만 아직도 불만이 있으신 듯하다”며 서러운 듯 눈물을 보였다.

 박현정(15)양은 300여 명의 동급생 중 15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춤을 배우는 것을 오히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삼고 다른 친구들을 만날 기회를 줄였다. 수업시간에는 모든 것을 잊고 열중하니 성적이 더 올랐다고 한다. 박양은 “그냥 편하게 생각했다”며 “성적이 떨어질까 두려움보다 ‘땀을 흘리면 몸이 더 건강해져 공부에 열중하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하니 진짜 공부에 능률이 올랐다. 지금은 전교 10등안에 든다”고 말했다.

 반면 전서현(15)양은 부모님의 권유로 가입했다. 예전부터 가수가 꿈이었던 딸에게 좋은 기회라 여겼기 때문이란다.

 전양은 “초등학교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다”며 “부모님도 적극 응원해주셨는데 나에게는 노래실력보다 춤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며 웃었다. 그는 “잘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사이도 좋아지고 몸도 유연해졌다”며 “이젠 춤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고 자랑했다.

 이세진(15)양은 동아리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집에서 혼자 춤연습 했다. 이양은 “학교에 댄스동아리가 만들어지길 소원했는데 이뤄져 기쁘다”며 “동아리가 ‘안무가’라는 꿈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대회 입상에 교사들의 도움도 주효했다. 특히 최정희(24) 강사는 늘 아이들과 함께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안무를 직접 짜기도 했고 거기에 맞는 무대 의상과 소품을 생각해내기도 했다. 현대무용을 전공한 탓에 안무에 무용 동작을 넣기도 했으며 아이들의 동선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지도해 줬다. 그는 “언젠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너무 힘들어 울면서 집에 간 적이 있다”며 “그때 아이들이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아이들 스스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 가장 값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입순(56) 지도교사는 “열심히 하는 최 강사와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기특해 학교에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며 “앞으로 창작댄스팀이 온양여중의 큰 자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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