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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 알뜰 쇼핑족 급증 … 초특가전 찾고 사은품 꼭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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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압구정동의 현대백화점 본점이 중국 쇼핑객을 겨냥해 강남스타일을 연출한 마네킹에 ‘江南風格(강남스타일)’이란 안내판을 붙여 놨다. 지난달 말부터 6일까지 중국인들이 이 백화점에서 사용한 인롄카드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81% 늘었다. [사진 현대백화점]

수첩에는 깨알 같은 할인행사 메모. 여기에 할인 쿠폰을 미리 준비하고, 상품 구매 후에는 사은품과 외국인을 위한 부가세 환불까지 꼭 챙기고….

 지난달 말부터 6일까지 중국 국경절 기간 동안 국내 백화점을 찾은 요우커(遊客·중국 관광객)들의 달라진 쇼핑 모습이다. 10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나 모피를 서너 개씩 덥석 구매하는 ‘큰손’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더 많은 중국인은 ‘초특가전’이나 ‘반짝할인’ ‘행사매대’를 찾아다녔다. 롯데백화점 본점 김재홍 영업총괄팀장은 “중국인 중 내국인 못지않게 한국 쇼핑 정보에 훤한 알뜰 쇼핑객이 많았다”며 “중국 쇼핑객이 큰손과 실속형으로 나뉘는 추세”라고 말했다.

 추석 다음날 정기세일에 돌입한 롯데백화점의 ‘구두 핸드백 초특가 대전’에는 하루 평균 500~700명의 중국 관광객이 몰렸다. 올해에만 두 번째 서울을 찾았다는 장아이링(33·여)은 “한국 백화점이 추석 후 세일을 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다”며 “고가 브랜드를 싸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친구들과 같이 왔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중국인을 대상으로 특별 제작한 쇼핑 안내책자의 할인 쿠폰 회수율은 지난해 20%에서 올해 70%로 세 배 반이 됐다. 김재홍 팀장은 “할인이나 세일 정보를 미리 알고 실속형 상품을 찾은 중국인 쇼핑객이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에도 세일 상품 목록을 수첩에 미리 적어 오거나 스마트폰으로 할인 매장 정보를 저장해 온 요우커가 많았다. 현대백화점 이향선 중국어 담당은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에는 10만원 이상을 산 뒤 금액별로 차등 지급하는 상품권을 꼬박꼬박 챙기는 중국인이 대단히 많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상품을 구입하면 부가세 10%를 되돌려주는 ‘택스 리펀드’를 요청한 고객도 지난해의 두 배가량인 하루 평균 650명에 달했다고 한다.

 ‘큰손’ 역시 건재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중국 국경절 기간 중 IWC나 예거 르쿨트르처럼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 판매가 지난해 국경절 연휴 기간에 비해 4배가량 늘었다. 또 오브제나 지고트처럼 한 벌에 100만원 이상씩 하는 여성 브랜드 매장에는 모처럼 긴 구매 대기 줄이 등장하기도 했다. 중국 현지보다 가격이 저렴한 모피 매장 또한 요우커들로 넘쳤다. 현대백화점 이승호 모피 바이어는 “내수 침체로 평소 매출이 안 올라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번에 중국 관광객 덕분에 한 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고가 브랜드들은 연간 2000만원 이상 사는 중국인 고객을 10~20명씩을 별도로 관리한다”며 “이번 연휴기간 중에도 중국의 큰손을 모시기 위해 현지에 전화해 신상품 출시와 사은행사 계획 등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내수 침체에 시달리던 백화점들은 요우커들로 인해 모처럼 매출이 대폭 늘어나는 특수를 누렸다. 알뜰 쇼핑을 하는 요우커들이 늘었지만 전체 방문객이 많이 증가한 덕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국경절 기간에 압구정 본점과 삼성동 무역센터점에서 중국 은롄(銀聯)카드 사용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1% 증가했다. 롯데와 신세계백화점 역시 이 기간 중 은롄카드 매출이 각각 131%와 96% 늘었다. 은롄카드는 중국 최대 신용카드다.

 올해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백화점 업계는 내국인 못지 않게 중국 관광객 잡기 경쟁을 펼쳤다. 중국 현지 마케팅에 열을 올렸고 내국인용 VIP룸을 중국인에게 개방하는가 하면 중국어 통역 전문 인력을 많이 늘려 배치했다. 극심한 소비 침체로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내국인 대신 중국 관광객을 불러들여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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