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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공원·동교동·봉하 … 동선 겹치는 문재인·안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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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운데)가 2일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고 전태일 열사와 문익환 목사,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의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 왼쪽). [연합뉴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왼쪽)가 2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이희호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뒤의 사진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나는 모습(오른쪽). [국회사진기자단]

야권 두 후보의 최근 행보가 판박이 그림인 ‘데칼코마니’ 같다. 시차만 있을 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만나는 사람’과 ‘가는 곳’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

 문 후보는 2일 모란공원을 찾아 고(故) 전태일 열사와 전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 문익환 목사,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조영래 변호사 등의 묘역을 참배했다. 안 후보는 추석연휴 첫날인 지난달 29일 문 후보에 앞서 이곳을 찾았다.

 안 후보는 2일엔 김대중도서관으로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문 후보도 지난달 24일 이 여사를 예방했었다. 문 후보가 지난달 28일 논산훈련소를 찾아 얼굴에 위장크림을 바르고 전투복을 입은 채 훈련병들과 점심을 먹자, 안 후보는 1일 국군수도병원을 찾은 뒤 페이스북에 훈련병 시절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두 사람의 동선이 비슷한 것은 야권의 적자(嫡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가는 곳마다 문 후보가 안 후보에 비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각을 뚜렷이 세우고 있다는 점이 같으면서 다르다. 문 후보는 이날 모란공원 방문 길에 장준하 선생 유족, 인혁당 사건의 유족과 동행했다. 동선은 일치했지만 안 후보가 사전에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이곳을 찾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 후보는 참배 후 유족들과 가진 간담회에선 박 후보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관련해 “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면서도 “그게 끝이어선 안 된다. 그것은 하나의 출발이며 실천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이 정도면 됐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과거사 규명 작업들을 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반면 안 후보는 과거사 문제로 더 이상 박 후보를 압박하지 않고 있다.

 이날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안 후보는 “(김대중 정부 때 36세라는) 가장 젊은 나이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을 맡아 첫 회의 때 헤드테이블에서 대통령님 바로 옆에 앉았다”며 “당시 경청하시던 모습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고마움을 표시한 뒤 비공개 환담에선 “야권이 통일돼야 한다. 한 사람이 나와서 여당과 싸워 꼭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안 후보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유민영 대변인이 전했다.

 둘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찾았다. 하지만 이때도 ‘문재인·안철수 스타일’은 달랐다. 이번엔 모란공원과 달리 문 후보가 추석 당일인 30일 “성묘하듯 참배하고 싶다”며 혼자 비공개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반면 안 후보는 26일 캠프 사람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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