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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외국 정치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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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존 F 케네디(左), 로널드 레이건(右)

1960년 9월 26일. 미국 시카고 CBS 스튜디오에서 최초의 미 대선 후보 TV 토론회가 열렸다. 이 한 번의 TV 토론회가 미 대통령을 바꿨다. 미국인들은 부통령 출신인 리처드 닉슨 대신 무명에 가까웠던 정치 신인 존 F 케네디를 선택했다.

 닉슨이 케네디보다 말을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말을 못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케네디는 흑백 배경을 고려해 짙은 감청색 양복을 입고 세련된 머리 모양을 했다. 미소와 제스처를 적절히 사용해 젊고 자신감 있게 보였다. 반면 닉슨은 회색 양복에 색깔 없는 음색으로 늙고 초췌한 이미지를 남겼고, 국민들은 케네디의 손을 들어줬다. 1980년 대선에서 영화배우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이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을 압도한 데도 이미지가 한몫을 했다. 카메라에 익숙한 레이건이 카터보다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고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줬다.

 ‘부시의 푸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에게 붙은 이 같은 오명은 이라크 전쟁을 수행할 당시 블레어 전 총리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상반된 제스처 때문에 더 굳어졌는지도 모른다. 부시 전 대통령은 블레어 전 총리를 만나는 순간 보디빌더라도 되는 듯 양팔을 힘차게 휘두르며 걸었다. 반면 블레어 전 총리는 무심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걸으면서 마치 부시 전 대통령이 블레어 전 총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설의 대가일 뿐 아니라 패션의 대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비언어적 효과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2008년 대통령에 당선된 날 그는 검은색과 강렬한 빨간색을 이용한 ‘패밀리룩’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자신은 검은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부인은 검은색과 빨간색이 조화된 드레스를 골랐다. 또한 큰딸에게는 빨간색, 작은딸에게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혔다. 조화로운 옷을 입은 ‘대통령 가족’의 이미지를 통해 화목한 가정의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국가도 이처럼 경영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악몽을 부른 히틀러도 이미지 메이킹의 대가였다. 독단적 이미지의 대명사인 히틀러에게도 작은 키와 왜소한 체구는 콤플렉스였다. 그는 키가 드러나지 않도록 사진은 늘 상반신만 찍었다. 배경은 어둡게 처리해 권위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연설할 때는 오른손을 펼친 채 높이 쳐들어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왼손으로는 심장을 눌러 충성심을 표출했다. 그의 노래 부르듯 당당한 목소리와 강렬한 손동작은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어우러지면서 대중을 압도했다.

채윤경 기자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순)=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 김미경 아트스피치 대표, 윤영미 전 SBS 아나운서,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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