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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영양소, 지방세포 성장 막아 비만 예방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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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약은 '자신을 지켜주는 면역력'이다. 아무리 좋은 약도 전신을 회복시키진 못한다. 몸 전체에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선 약이 아닌 음식을 먹어야 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게 ‘식물영양소(파이토뉴트리언트)’다. 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베타카로틴 등 식물에서만 생기는 특수 생리활성물질을 가리킨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무기질·비타민 5가지 외에 제 7의 영양소(제 6의 영양소는 식이섬유)라 불린다. 5대 영양소처럼 부족하면 죽거나 질병이 생기는 필수영양소는 아니다. 하지만 먹으면 약리작용을 하는 ‘웰빙 영양소’다. 최근엔 항산화 역할은 물론 암·당뇨병·혈관질환·비만 등 다양한 질환을 개선하는 효과가 발표되고 있다. 식물영양소의 다양한 효과를 조명했다.

▲ 빨강·노랑·보라·초록·흰색 채소와 과일에 든 다양한 식물영양소는 당뇨병·암·비만·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김수정 기자] 식물영양소, 뇌에 포만감 전해

항산화 기능만 있다고 생각했던 식물영양소가 비만까지 예방한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식욕조절이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권오란 교수는 “식물영양소의 90%는 장(腸)까지 도달한 뒤 핏속으로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식물영양소는 장이 뇌로 보내는 식욕조절 신호에 영향을 미친다. 채소·과일은 쉽게 포만감을 줘 비만을 예방하는 데 도움 준다”고 말했다.

지방세포의 성장도 저해한다. 지방세포는 여러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 이때 단계별로 관여하는 유전자가 있다. 다양한 식물영양소는 이 유전자를 정교하게 조절해 지방세포가 커지는 것을 막고 사멸하도록 유도한다. 양파의 케르세틴, 녹차의 카테킨, 콩의 제니스테인 등이 지방 성장과정에 관여한다. 포도 등 보라색 식품에 많이 든 라스베라톨은 지방세포가 커지는 것을, 블루베리 등에 많이 든 안토시아닌은 성숙한 지방세포를 사멸시키는 데 관여한다.

권오란 교수는 “채소와 과일은 자체만으로도 칼로리가 적을 뿐 아니라 지방세포의 대사에 관여해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포도당 흡수 막아 당뇨병 개선 효과

당뇨병 개선 효과도 있다. 검붉은색 계통의 식물에 많이 든 안토시아닌과 크로로겐산, 해조류의 푸콕산틴, 카레의 쿼쿠민이 대표적이다. 블루베리의 안토시아닌은 당의 흡수를 막고 인슐린 분비를 개선한다. 특히 미국 동부에서 많이 나는 하이부시블루베리 추출물은 근육세포에서 당 흡수를 증가시켜 고혈당 환자의 독성반응을 줄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야생베리의 클로로겐산은 장에서 당이 천천히 소화되도록 해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 해조류의 푸콕산틴이라는 식물영양소도 혈당을 떨어트린다. 카레의 쿼쿠민도 당뇨병을 개선시키고 항산화 효과가 나타남이 입증됐다.

콩의 제니스테인과 다이드제인도 당뇨병 개선 효과가 있었다. 2006년 라이프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이들 식물영양소를 당뇨병이 있는 쥐에게 투여한 결과 실제 췌장 베타 세포의 인슐린 함량이 대조군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공복혈당·식후혈당·인슐린 민감도도 개선됐다.

귤 껍질에 많이 든 헤스페리딘, 혈관 튼튼

식물영양소는 염증물질을 줄여 혈관을 깨끗하게 한다. 이소플라본(콩), 안토시아닌·레스베라톨(붉은색 야채나 과일)이 대표적이고 그밖에 카페산·엘라그산·페룰산·바닐린 등의 식물영양소도 혈관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귤 껍질에 많이 든 나린진·헤스페리딘이라는 식물영양소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트린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이들 식물영양소의 섭취가 많을수록 심혈관질환이나 뇌졸중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조사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4년 란셋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뉴질랜드 노인 2100명을 대상으로 과일·채소 및 차에 함유된 다양한 식물영양소를 5년간 일정량을 섭취하게 했더니 대조군에 비해 심장질환 사망률이 60%나 감소했다. 뇌졸중 감소율도 70%에 이르렀다. 7개국 16개 임상 연구팀이 25년간 추적한 연구조사에서도 식물영양소 섭취가 심장질환 사망률을 낮췄다. 김경수 교수는 “식물영양소가 장내 콜레스테롤 흡수를 지연시키고, 혈액응고를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기 구워 생기는 독성물질 해독

고기를 먹을 때 항상 곁들이는 게 쌈을 싸 먹는 채소다. 김경수 교수는 “동물성 식재료를 높은 온도에서 구우면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독성물질이 생성된다. 이 독성물질이 세포 내로 들어가 DNA 돌연변이(암)를 일으킨다. 채소의 식물영양소와 만나면 니트로소아민의 세력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짙은 붉은색 채소·과일에 많이 든 라이코펜·베타카로틴, 녹색 채소에 많이 든 카테킨 등이 대표적”이라며 “세포의 DNA 손상을 줄일 뿐 아니라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실제 60명의 중증 전립선 종양 환자에게 녹차의 카테킨을 200㎎씩 하루 3회 1년간 섭취하게 했더니 대조군에서는 30%의 환자가 전립선암 판정을 받은 반면 카테킨 섭취군은 3.5%의 환자만이 전립선암을 판정 받았다(2006 미국암연구학회지)

용종절제술을 받은 13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논문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하루에 녹차 추출물 1.5g을 12개월간 섭취시켰다. 그 결과, 대조군에선 31%가 대장암으로 진단받았지만 녹차 추출물 섭취군에선 15%만이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그밖에 토마토·수박 등에 많이 든 라이코펜은 전립선암과 자궁경부암, 이소플라본은 대장암과 유방암, 브로콜리·샐러리 등에 많은 루테롤린은 구강암·식도암·폐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오색 식물영양소 동시에 섭취해야

식물영양소는 단독으로 먹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섞어 먹는 게 더 좋다. 권오란 교수는 “인체 내 다른 식물영양소가 서로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흡수율과 항산화작용이 더 커진다”며 “빨강·노랑·초록·보라·흰색 등 다섯 가지 색의 채소·과일을 고루 먹으면 몸에 필요한 식물영양소를 빠짐 없이 섭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소와 과일을 하루 400~600g(사과 한 개는 200g, 귤 한 개는 100g)정도 섭취해야 권장량에 도달한다. 뉴트리라이트에서는 24가지의 식물을 농축한 다양한 식물영양소를 비타민·무기질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한 제품(더블엑스)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권오란 교수는 “채소·과일은 매일 일정량을 먹는 게 가장 좋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하면 1주일에 몇 번이라도 챙겨먹어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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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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