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기요금에 얹은 KBS 수신료 분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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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가칭 'KBS 수신료 징수 위헌소송 추진본부'가 어제 발족식을 하고 6월 말 이전에 헌법재판소에 이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을 목표로 국민 원고인단을 모집한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 전두환 정권 시절 시청료납부거부국민운동이 엄청난 지지를 받았음을 떠올릴 때 수신료 저항의 여파는 상당할 수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KBS는 재원의 약 40%를 수신료로 충당하고 있다. 수신료의 일부는 EBS의 지원금으로도 쓰이고 있다. 또 KBS의 수신료 부과에 대해 99년 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사업의 재원조달을 위한 특별분담금이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을 한 바 있다. 그러함에도 오늘날 다시 수신료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구실을 다하지 못한 때문이다.

공정성과 공익성의 추구는 공영방송을 구현하는 두 바퀴다. 그러나 보도 등 일부 프로그램에 대한 계속되는 편파 시비와 시청률 위주의 저급한 프로그램 남발, 방만한 경영, 일부 직원들의 실종된 윤리의식 등으로 KBS의 공영방송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자성의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니 KBS를 보지 않는 사람은 수신료를 안 내는 것이 정당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고지함으로써 체납시 전기가 끊길 수 있다는 은근한 위협으로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TV가 없는 가게가 수신료를 물고 있거나, 흑백 TV에도 수신료가 부과된다든지, 가계 형편상 한쪽 요금만 내고 싶어도 불가능해 이중의 연체부담을 져야 하는 등 시청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KBS가 수신료 문제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여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방송상을 구현하는 것이 시급하다. 동시에 효율적이라는 미명 아래 행정편의주의적 제도에 매달리지 말고 시청자의 편익을 위한 새 징수방법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