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22일 오후 4시40분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한국폴로컨트리클럽(KPCC). 잔디밭 경기장에서 심판(umpire)이 중앙선으로 야구 볼 크기의 나무 공을 던졌다. 그러자 말을 탄 네 명씩의 양팀 선수들이 나무 스틱인 ‘맬릿(mallet)’을 들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햇빛이 따갑게 내리쬐다가도 느닷없이 구름이 잔뜩 끼고 비까지 내리는 험상 궂은 날씨에도 파란색 유니폼의 로얄팀과 흰색 유니폼의 살루트팀 선수들이 맬릿을 휘둘러 공을 칠 때마다 관람객 100여 명이 환호성을 울렸다.
제주서 열린 국내 첫 폴로 국제대회'2012 로얄 살루트 컵 '
양 팀에는 KPCC 회원들과 다국적 프로 폴로 출신 선수들이 섞여 뛰었다. 이들은 축구장 6배 면적의 경기장을 시속 60㎞까지 달리면서 축구 골포스트보다 큰 골대로 공을 몰아갔다. 왼손으론 폴로 전용 말인
첫 골의 영예는 살루트팀이 안았다. 그러자 로얄팀이 이내 두 골을 연이어 넣어 경기는 박진감 넘치게 이어졌다. 경기장이 워낙 커서 골이 들어가자 골대 뒤에 있던 심판이 색깔이 물든 깃발을 올려 이를 알렸다. 각 팀의 선수들은 1~4의 번호를 단다. 1·2번은 포워드(forward)이고, 3·4번은 백(back)이다. 3번 선수가 팀 전술 주도 역할을 맡는다. 이주배 협회장은 2번, 2003년
7분30초씩 진행된 네 차례 경기(추커·chukker) 중에 1·2추커의 경기가 끝나고 중간 휴식 시간이 되자 선수들은 물론 관람객들이 경기장으로 몰려 나와 말들이 휘저은 잔디밭의 파인 자국(디봇·devot)을 함께 밟아 다지며 얘기꽃을 피웠다. 폴로의 잔디 밟기는 영국의 찰스 윈저 황태자도 예외일 수 없는 폴로 관람객의 전통적 매너다. 또 선수들이 깔끔한 승마용 유니폼을 입은 것처럼 폴로 경기장에서는 관람객의 드레스 코드(옷차림)도 캐주얼 양복 이상으로 격식을 차려야 한다. 여성들은 정장 차림에 갖가지 멋을 낸 머리 치장으로 고급스러운 파티 분위기를 냈다. 경기가 종료되자 양 팀 선수들이 말에서 내려 웃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이날 경기 결과는 9-5로 로얄팀이 이겼다. 관람석에서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줬다.
국제 규격의 폴로 경기장은 동북아시아에선 중국 상하이(上海)와 제주에만 있는 것으로 안다고 이 회장은 말했다. KPCC의 회원들은 가족들이 많다. 회원 한 계좌에 1억5000만원이다.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30여 명의 회원 명단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는 일본 오츠카제약그룹 창업자의 자손인 다로 오츠카 선수가 KPCC 회원 자격으로 살루팀 선수로 참가했다.
국제공인 폴로대회는
페르노리카는 세계 2대 스카치 위스키 업체인
최초의 국제 폴로 경기는 1886년 미국과 영국 대표 팀 사이에서 벌어진 웨스트체스터 컵 대회였다. 이때부터 폴로의 선두주자로 영국과 미국이 인정받으며 폴로는 귀족 스포츠로 발전해왔다. 1928년 열린 제1회 코파 데 라스 아메리카스 대회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폴로가 아르헨티나의 국기(國技)가 됐다.
현재 9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FIP 내에는 이사회와 집행위원회가 있다. 각 나라의 대표자가 1년에 한 번씩 모여 1인 1표를 행사하는 총회가 최고 의결 기구다. 폴로의 공용어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다. 83년 10월 창립 이후 FIP는 87년부터 3년마다 세계 선수권 경기를 치르고 매년 3개의 앰배서더컵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폴로(Polo) 기원 전 600년 무렵 페르시아에서 스틱으로 공을 치는 경기 ‘쇼간(chaughan)’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티베트의 풀루(pulu, 공)에서 이름을 땄다. 티베트와 중국을 거쳐 인도로 전파된 뒤 영국에 의해 근대 스포츠로 발전됐다. 19세기 무렵 인도를 식민 통치하던 영국 군인들이 폴로의 규칙을 정비하고, 경기 용구를 통일시킨 뒤 유럽에 전파했다. 세계폴로연맹(FIP)에 우리나라는 2006년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