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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진관사는 고려때 창건 천년고찰 … 정갈한 ‘자연식’ 명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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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 산사음식 강좌 모습. 가을학기 정규반이 11월까지 운영된다.

진관사는 북한산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고려 고찰이다. 서울 은평뉴타운 동쪽 오솔길을 따라 500m쯤 오르면 일주문이 위용을 드러낸다. 반질반질하게 솟은 암봉이 굽어보는 자리에 대웅전이 있고 그 뒤를 수백 년 된 적송이 둘러싸고 있다. 도심 속 사찰치고 제법 큰 규모다.

연기설화(緣起說話)는 이렇게 전한다. 고려 목종 시대 왕위 계승자로 책봉된 대량원군이 정쟁에 떠밀려 진관(津寬)대사가 홀로 수행하는 삼각산(북한산) 암자로 축출된다. 원군의 목숨을 노린 자객이 찾아오자, 진관대사는 본존불 아래 땅굴로 대량원군을 피신시킨다. 당시 원군의 나이 12세. 훗날 대량원군은 현종으로 즉위해 1011년 암자 인근에 진관대사를 위한 절을 크게 지었으니, 그게 진관사다. 고려시대 왕실의 총애를 받은 진관사는 조선 시조 태조가 수륙재의 근본 도량으로 삼으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진관사의 수륙재 전통은 지금도 건재하다. 윤년마다 지내던 것을 2010년 창건 1000년 이후에는 매년 가을 지내고 있다. 수륙(水陸)을 떠도는 영혼을 위해 화려하지도 소박하지도 않은 제사상을 차려온 터라 진관사 음식은 예부터 명성이 높다. 오신채(마늘·파·무릇·달래·부추)를 넣지 않아 담백하고 정갈한 자연식이다.

산사 음식이 처음이라면 진관사의 점심 공양(오전 12시~오후 1시)으로 첫 술을 떠도 좋겠다. 다음 달 7일에는 ‘가을 산사 음식 시연회’도 열린다. 일주문 앞 공터에서 두부구이·호박죽·연잎밥 등을 맛볼 수 있다.

진관사 템플스테이는 ‘휴식형’과 ‘불교문화체험형’으로 나뉜다. 휴식형은 하루 세 번 예불과 공양 시간만 따르면 된다. 주중 1박2일 기준 성인 5만원, 가족 동반 청소년 3만원. 불교문화체험형은 성인 대상이다. 경전을 베껴 쓰는 진언사경, 108배, 좌선 등 수행자의 삶을 고스란히 좇는다. 1박2일 5만원. jinkwansa.org, 02-388-7999.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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