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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월 소득 평균 23만원 믿겨지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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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역량 있는 젊은 연극 연출가들의 모임인 '혜화동 1번지' 3기 동인들은 다음달 19일까지 마지막 동인 축제인 '페자(Fe自)부활전'을 열고 있다. 편당 지원받은 제작 금액은 300만원. 지난달 작품을 무대에 올린 한 연출가는 "아끼고 아꼈지만 결국 300만원을 더 쓰고 말았다. 연습기간까지 세 달 동안 고생한 배우들에게 교통비도 안되는 20~30만원씩 밖에 건넬 수 없었다"고 푸념했다. 연극판의 열악한 사정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연극계가 지난해 연극인 600여 명을 자체 조사한 결과 3~6개월간 공연하고도 돈 한 푼 못받은 연극인이 9%나 됐다. 평균 월 소득은 23만원.

때문에 연극인들이 나선다. 20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을 출범시키는 것이다. 배우들은 출연료 1%씩을, 제작자들은 매표 수입 1%씩을 추렴해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을 스스로 개선하자는 취지다. 최저 생계비와 의료비 등 '4대 사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공백을 스스로 메울 계획이다.

계획은 그럴싸하지만 초대 이사장을 맡게 된 연극배우 박정자(63.사진)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문제는 역시 돈. 박씨는 "지금 생각 같아서는 기금이 10억원은 모여야 웬만큼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결국 묵직한 돈보따리는 기업에서나 기대할 수 있을 텐데 자신은 절친한 기업인도 없고, 잘 모르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손벌리는 편도 못된다는 것.

지금까지 모인 돈은 5000여 만원. 원로 배우 김동원씨와 배우 윤석화씨, 극단 자유 이병복 대표, 송승환 PMC 대표와 박씨의 팬클럽인 '꽃봉지회'가 각각 1000만원씩을 내놓았다. 전국 대학의 연기 전공 교수 100여 명도 매달 1만원, 한 해 12만원씩을 기부하기로 했다.

재단 출범 기념식은 20일 오후 6시 서울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02-741-0331.

글=신준봉,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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