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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닮은 살라피스트가 미국 공관 습격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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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5월 이집트 카이로 외곽의 한 콥트 기독교회에 500여 명의 무슬림이 몰려가 화염병과 돌을 던졌다. 콥트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여성이 교회 안에 납치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이 충돌로 230여 명이 부상했다. 소문을 퍼뜨리고 충돌을 주도한 이들은 원리주의 무슬림 집단인 ‘살라피스트’들이었다. 당시 BBC는 무바라크 정권 몰락 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이집트 내 이슬람-기독교 간 갈등이 살라피 무슬림의 ‘작품’이라고 보도했다.

 11일(현지시간) 벌어진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 훼손 사건과 리비아 벵가지의 미 영사관 습격 역시 살라피스트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미국 외교 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FP)가 16일 분석했다. FP는 성조기를 끌어내린 이집트 시위대가 알카에다가 종종 사용하던 검은색 깃발을 내건 점, 살라피스트의 상징인 턱수염을 기른 시위자가 많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살라피는 중세에 시작된 이슬람 그룹이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마호메트의 동료와 그들의 직계 제자들을 살라프(선조)라 부르는데 ‘살라프를 따르는 사람’이란 뜻이다.

 원리주의 성향에 무력 사용을 불사한다는 점에서 살라피는 알카에다와 유사하다. 이슬람 세계의 부흥을 위해선 서구 문화를 일소하고 변질된 이슬람 교리를 샤리아(이슬람 율법)가 지배하던 7세기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살라피의 주장은 알카에다의 ‘정신적 시조’ 사이드 쿠트브(1906~66)의 사상과 동일하다.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이슬람운동 집단인 ‘무슬림형제단’을 세속 집단으로 비난할 정도로 순수한 종교성을 추구해 왔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일부 살라피스트가 무장투쟁을 본격화해 정치화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무바라크의 세속주의 치하에서 이집트 살라피들은 숨죽이며 지내야 했다. 사우디의 지원으로 위성 채널을 간신히 운영하던 수준이었다. 하지만 무바라크가 무너지고 야권 최대 정파인 무슬림형제단이 견제를 받는 사이 살라피는 힘을 키웠다. 지난해 말 총선에선 살라피 정당인 알누르당이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정의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사이 콥트교도를 공격하는 수많은 테러를 저질렀다. 리비아에선 우상 숭배라며 수피파 종교지도자들의 무덤을 훼손하고 사원에 불을 질러왔다. 튀니지에서도 술을 파는 가게를 공격하거나 올림픽에 출전한 여성 선수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를 통해 비하했다. 살라피는 최근 말리에서 레바논까지, 인도 카슈미르에서 러시아 남부 코카서스 지역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

 대부분의 무슬림은 살라피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지만 그들의 행동을 묵인해 왔다. 하지만 “이번 테러로 대다수 무슬림의 공분을 사면서 무장단체의 고립과 불법화를 심화시켰다”고 오마르 아슈르 영국 엑스터대 아랍중동연구소장은 평가했다. 강한 반미 성향인 무슬림형제단마저 웹사이트에서 테러를 비난하는가 하면 리비아 수니파 이슬람의 최고 종교법 ‘무프티’ 명의로도 비난 성명이 발표됐다.

살라피 무슬림은

▶ 의미 : 예언자 마호메트의 동료와 2세대 제자들(살라프)을 따르는 사람이란 뜻

▶성향 :

-종교적 순수성 추구해 원래는 정치성 배격
-서구 문화와 변질된 이슬람 교리 일소 주장
-순수 무슬림 세계 건설 위해선 무력투쟁 불사

▶ 세력 판도 : 최근 아랍지역뿐 아니라 사하라 이남, 인도, 러시아 등지로 세력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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